[디지털 세상 읽기] AI 슬롭

사람들이 불평하는 이유도 사실은 AI가 생성했다는 데 있지 않다.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니는 AI 생성 콘텐트가 대부분 뻔한 공식을 사용한, 진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좋아하지만, 지브리 스타일을 겉핥기식으로 흉내 낸 AI의 이미지가 소셜미디어 피드를 뒤덮는 건 즐겁지 않은 거다. 이렇게 AI가 생성한 질이 낮은 이미지를 가리키는 ‘AI 슬롭(slop)’이라는 표현도 생겨났다.
이건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꽃을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텍스트로 “행복을 선물합니다” 같은 진부한 문구가 들어간 “카톡짤”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을 기억할 거다. 어르신들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컴퓨터 교실 같은 곳에서 간단한 포토샵 사용법을 배워서 직접 만든 이미지들이다.
과거에는 그 정도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대 같은 긴 학습의 과정이 필요했고, 그런 과정을 통과하다 보면 안목이 성장했다. 연습생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진부한 이미지를 만들게 되지만, 과정을 모두 졸업할 때쯤이면 일반인보다 훨씬 더 창의적인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뛰어난 사람들만으로 프로의 세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AI는 미대는 물론이고, 컴퓨터 교실에서 배워야 하는 과정도 필요 없게 만들어주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진부한 이미지가 쏟아져 나오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