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의 글로벌 머니] “관세전쟁은 시작일 뿐, 트럼프는 ‘환란 안전판’마저 부순다”

이런 트럼프의 행태를 두고 월가 사람들이 “규범 깨뜨리기(norm-bursting)”라고 한다. 그 바람에 월가와 가까운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선 트럼프가 다음에 깨뜨릴 규범을 놓고 예측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놀랄 만한 예측을 내놓은 인물이 있다. 바로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 안토니오 파타스(경제학) 교수다. 파타스 교수는 몇 해 전 톰슨 로이터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강한 교수’로 뽑은 이코노미스트다. 중앙일보가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파타스 교수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안토니오 파타스 교수 예측
미 정부 IMF 재평가 6월 공개
트럼프, IMF 공격 본격화 예상
Fed 통화 스와프도 문제삼을 듯
미 정부 IMF 재평가 6월 공개
트럼프, IMF 공격 본격화 예상
Fed 통화 스와프도 문제삼을 듯
관세로 미 무역적자 해결?

Q : 트럼프가 어디까지 가겠다는 것일까. 이러다 달러 리사이클(dollar recycling)마저 끝장낼 듯하다.
A :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은 가능한 한 많이 미국 시장에 물건을 수출해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미국은 국채나 주식 등을 팔아 한국 등으로 흘러나간 달러를 회수해 왔다. 이것이 바로 기자가 말한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다. 이 리사이클링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자발적으로 만든 시스템이다.”
Q : 자발적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A :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미국과 영국 등 44개 대표가 모여 2차대전 이후 금융질서를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영국 대표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반대에도 미국이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과 중국, 유럽이 공격적으로 대미(對美) 수출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가 금방 깨지지 않는다. 한국 등이 보는 대미 무역흑자는 조금 줄어들 뿐이다. 정작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관세전쟁으로 시작된 글로벌 불균형 해소 과정이 아니다.”
트럼프 경제팀은 제각각
Q : 무엇인가.
A : “트럼프 행정부의 중심부가 혼돈스럽고, 무능하며, 시끄럽기 짝이 없다. 이는 한국과 중국, 유럽에도 최대 걱정거리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과 무능이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Q : 트럼프 행정부가 무능하다고 했는데, 그의 경제팀은 어떤가.
A : “트럼프 경제팀은 각자 독특한 시각을 갖고 있는 인물들로 이뤄져 있다. 관세전쟁을 주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이나 재무정책을 담당하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충돌하고 갈등한다. 큰 계획을 가지고 관세 공격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대부분 펀드매니저나 비즈니스맨들이다.”
Q : 경제 일선에서 일했기 때문에 잘 알지 않을까.
A : “경제의 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들은 거대한 경제의 한두 부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미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6월 보고서’ 주목해야
![IMF는 외환위기 구원투수다. 사진은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 봄철 총회에 참석한 주요 나라 재무장관들이 국제통화금융콘퍼런스(IMFC)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9/fbb36670-36c7-4478-a539-d7fa5412d38d.jpg)
Q : 그런 경제팀의 도움을 받는 트럼프가 관세전쟁 다음에는 무슨 일까지 벌일까.
A :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대한 조치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미국이 계속 IMF와 세계은행에 남아 있을지 여부를 살펴보는 그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해 6월에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분석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Q : 설마 트럼프가 IMF까지 흔들 수 있을까.
A : “보고서가 나오면 트럼프가 미국이 IMF에서 탈퇴하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할 전망이다. 미국은 IMF의 의결지분 16.49%를 갖고 있다. IMF 중요 의결 정족수가 85% 찬성이기 때문에 미국이 사실상 비토(거부)할 수 있다. 이런 미국의 대통령이 IMF의 탈퇴를 언급한다는 자체가 글로벌 통화·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뒤흔드는 일이다. IMF 본부가 현재는 워싱턴에 있는데, 미국이 탈퇴한다면 새로 최대 주주가 될 나라로 옮겨야 한다. 미국이 실제로 탈퇴하면 유럽이 미국을 대신할 것으로 보이지만 IMF 신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더 나갈 수 있다.”
Q : IMF에 대한 위협이 끝이 아니란 말인가.
A :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통화스와프를 상설화했다. 위기 순간 달러 갈증이 심해지면 유로화나 원화를 받고 유럽중앙은행(ECB)이나 한국은행(BOK) 등에 달러 뭉칫돈을 빌려준다(Fed는 팬데믹 위기인 2020년 원화를 받고 BOK에 600억 달러를 건넸다). 이런 통화스와프에 대해 트럼프가 ‘왜 우리 Fed가 다른 나라까지 구원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
파타스 교수의 예측대로라면, ‘외환위기 안전판’인 IMF와 통화 스와프마저 트럼프에 의해 흔들린다. 월가 사람들이 말하는 ‘규범 깨뜨리기’가 과장이 아닌 셈이다.
◆안토니오 파타스=스페인 출신 금융시장 전문 경제학자다. 1987년 스페인 발렌시아대를 졸업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시아드 경제학 교수. IMF와 세계은행, 미 Fe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자문을 한다.
강남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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