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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포르투갈 대규모 정전에 수천만명 패닉…"태양광 전기 사서 쓰다 피해봐"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대규모 정전으로 인프라가 마비돼 수 천만명이 피해를 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정전은 28일(현지시간) 정오께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등에서 발생했다. 스페인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 남부 일부도 피해를 봤다. 이에 스페인 내무부는 이날 정전 사태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25년 4월 2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는 역사상 최악의 정전으로 온 나라가 한 때 마비됐다고 전했다. 관광객과 시민 수백명이 불이 꺼진 채 멈춰 선 기차와 지하철, 엘리베이터에 갇혀 공포에 떨었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캄캄해진 도로는 아비규환이었다. 매체는 "이날 도로 위는 먼저 속도를 내는 사람이 이기는 무법지대로 변했다"고 전했다. 루이스 이바네즈 히메네스는 CNN에 "운전 중이었는데 갑자기 신호가 없어져 정글에 던져진 것 같았다"면서 "거대한 버스가 달려오길래 추월하려고 가속 페달을 밟아야 했다"고 전했다.

마드리드에서는 주요 건물 주변에 경찰이 대거 배치돼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했다. 호세 루이스 마르티네스-알메이다 마드리드 시장은 X(옛 트위터)에서 "시민들은 이동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현재 위치에 머물러 달라"고 호소했다.

일부에선 고속열차 운행도 중단돼 시민들이 철로 위로 쏟아져 나왔다. 매일 바르셀로나에서 근교 도시 바달로나로 출·퇴근을 한다는 후안 카를로스 레옹은 엘파이스에 "기차를 타지 못해서 출근을 포기하고 근처 가게에서 휴대용 배터리와 라디오, 촛불 등 생존 키트를 샀다"고 말했다.

스페인 공항을 관리하는 AENA는 전체 공항이 예비 전력 시스템으로 운영됐으며, 일부 항공편은 지연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2023년 EU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5곳 중 2곳이 관광 대국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공항이었다.

4월 28일 스페인 마드리드 중심부에 있는 그란비아 거리가 정전으로 어두워진 모습. EPA=연합뉴스

일부 이동통신사는 전화 연결이 안 돼 생면부지의 행인을 붙잡고 "어머니와 연락하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슈퍼마켓, 주유소에는 연료와 비상식량 등을 사두려는 행렬도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가게에서 카드 결제기가 멈춰 현금이 없는 시민들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밖에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도 정전으로 경기가 중단됐다. 스페인 에너지 회사 모에베는 정유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포르투갈에선 병원 등 중요 시설은 자체 발전으로 가동됐다. 리스본 지하철에서도 시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전자 결제 시스템은 먹통이 됐다. 리스본 공항에선 관광객들이 비행기 운항 소식을 기다리며 대기했다. 한 네덜란드 관광객은 AP통신에 "50분간 기다렸지만, 도착하거나 출발하는 비행기를 전혀 못 봤다"고 말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는 긴급회의를 각각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양국의 전력망은 28일 밤늦게서야 복구되기 시작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TV 연설에서 "이웃한 프랑스와 모로코에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총리실에 따르면 29일 오전 5시 기준 전력의 92% 이상을 복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포르투갈 역시 이날 밤늦게부터 리스본과 제2 도시 포르투 일부에서 전력공급이 재개됐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국가 전력망 운영 기관인 아르이엔(REN)은 "전력망을 완전히 정상화하는 데 일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호세 마리아 카사이스(72)가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택에서 배터리가 달린 휴대용 산소발생기 배낭을 메고 숨을 쉬면서 손전등을 이용해 식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의 값싼 전기 사서 쓰다 피해


정전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정전 자체는 스페인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CNN은 "포르투갈은 스페인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가 자국 내 전기보다 값이 싸서 전기를 수입해 쓴다"면서 "그래서 같이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포르투갈 정부 관계자 역시 "이번 정전은 분배망 문제로 보이며 스페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매체 루사에 말했다.

28일 이베리아 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친 대규모 정전 이후 마드리드 아토차 기차역에서 하룻밤을 보낼 준비를 하며 적십자 담요를 두른 여행객들이 바닥에 누워 있다. AFP=연합뉴스

루이스 몬테네그루 포르투갈 총리는 "정전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스페인과 (전력망이) 상호연결돼 있고 모든 정황이 스페인에서 정전이 비롯됐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추측은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28일 포르투갈 리스본 타구스 강 위의 다리에 불이 꺼진 모습. AFP=연합뉴스

이와 관련, 포르투갈에선 이상 기후가 이번 사태에 영향을 줬다는 추정이 나왔다. 포르투갈의 국가 전력망 운영 기관인 아르이엔(REN)은 "스페인의 극심한 기온 변화가 드문 대기 현상을 일으켜 정전을 초래한 거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페인 내륙의 극심한 기온 차이로 인해 초고압 전력선에서 이상 진동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전력 시스템 간 신호 전달이 이뤄지지 않아 정전이 발생했다는 추정이다.

일각에선 사이버 공격설이 제기됐지만, EU 집행위원회 측이 이를 부인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X에 "사이버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고된 한국인 피해는 없다.

이번 스페인·포르투갈 정전의 피해 규모는 유럽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앞서 지난 2003년 이탈리아와 스위스 일부 지역에서 최대 12시간 전기가 끊겨 5600만명이 피해를 보았다.

2025년 4월 28일, 이베리아 반도 전체와 프랑스 남부에 영향을 미친 대규모 정전 이후 마드리드 아토차 기차역에서 하룻밤을 보낼 준비를 하는 여행객들이 바닥에 앉거나 누워 있다. AFP=연합뉴스



서유진.오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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