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트럼프의 '백일파티장' 미시간…러스트벨트도 지지 열풍 식은듯
트럼프 취임 100일 연설하는 머콤 카운티, '환영 열기'와는 멀어 관세로 보호받는 車산업 중심지임에도 일부 주민들 우려 목소리 "기름값·물가도 변동 없어" vs "정권 초반이니 좀 더 지켜보자"
트럼프 취임 100일 연설하는 머콤 카운티, '환영 열기'와는 멀어
관세로 보호받는 車산업 중심지임에도 일부 주민들 우려 목소리
"기름값·물가도 변동 없어" vs "정권 초반이니 좀 더 지켜보자"
(머콤 카운티[미 미시간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작년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6대 격전지(swing state) 중 하나였던 미시간주의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대통령 선거인단 15명이 걸린 미시간주에서 박빙 승부 끝에 1.4% 포인트(49.7% 대 48.3%)차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눌렀다.
그러나 미시간주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하루 앞둔 28일 현지를 찾은 기자는 '친트럼프 열기'를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특히 미시간주 최대도시 디트로이트 북동쪽에 위치한 연설 장소인 머콤 카운티는 대선 때 비교적 큰 차이(55.9% 대 42.2%)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줌으로써 그의 미시간주 승리에 결정적 교두보가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100일을 하루 앞둔 이날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는 현수막이나 피켓 등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언론 등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예정 사실이 보도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외였다.
머콤 카운티는 미국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등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민주당에서 공화당, 보다 정확히는 '트럼프' 쪽으로 지지를 옮긴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오대호 연안 공업지대) 민심을 상징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나흘 앞뒀던 작년 11월 1일 머콤 카운티에서 유세를 하며 공을 들였던 곳이기도 하다.
세계화의 바람 속에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겠다는 공약으로 현지의 민심을 얻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공약한 대로 제조업 재건을 명분의 하나로 제시하며 관세 드라이브를 거침없이 추진했다. 특히 지난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시간주의 상징인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가격 경쟁력에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에게 표를 몰아준 머콤 카운티 주민들에게 약속한 관세 공약을 철저히 이행한 셈이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드라이브'가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같은 부작용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심지어 미국 자동차 업계조차도 부품에 부과될 관세를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이 현지 민심에 그대로 투영된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드라이브를 둘러싼 혼란과 논쟁 속에, 관세를 상대적으로 반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를 집권 2기 첫 100일의 성과를 홍보할 장소로 택했겠지만 '개선장군' 같은 환대를 받긴 어려운 분위기였다.
머콤 카운티에 위치한, GM 테크센터를 찾은 기자는 근무를 마치고 나온 직원 2명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등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던져봤지만 둘 다 답변을 피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행사가 열리는 현지 커뮤니티 칼리지 근처에서 만난 학생과 교수 등의 반응도 대체로 싸늘했다.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찍지 않았던 사람들은 신랄한 비판의 말을 쏟아냈고,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람들은 '아직 정권 초반이니 좀 더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였는데, 그들의 반응도 정책에 대한 적극적 지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 대학 교수 닉(40)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중 특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불법 이민자를 엘살바도르 구금 시설 등으로 보낸 일의 적법성 논란과 함께 관세 문제를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역 자동차 업계에는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더 선별적으로 잘 설계되고 집행됐다면 (지역의 자동차 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방위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작년 대선 때 해리스 후보에 투표했다고 밝힌 닉 씨는 현재 미시간주 경제에 대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유가와 물가는 예전과 비슷하고, 적어도 내가 본 혜택은 없다"고 덧붙였다.
간병인으로 일하며 이 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는 40대 여성 J씨는 익명 보도를 전제로 응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관세가 미시간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남편은 닛산차(일본)를, 나는 현대차를 탄다"며 "미국차의 품질이 아시아산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경쟁력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산 자동차에 쓰이는 캐나다산 철강재 비용도 관세 때문에 높아질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이 대학 교수 M씨는 "나는 그(트럼프 대통령)가 너무 오만해서 싫다"며 "우크라이나전쟁과 가자전쟁에서 그는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고, 경제 정책도 아직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로서 그는 관세와 가자전쟁 등에서 좀 더 균형 있는 접근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작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이 대학 학생 소니 튜트(21)씨는 "자동차 산업에 집중하는 미시간 주민으로서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일자리를 다시 회복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면서 "분명 그(트럼프 대통령)가 하고 있는 일들이 논쟁적이지만 그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니 씨는 "주변에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대해) 약간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열에 서넛 정도는 일자리가 미시간으로 돌아오는 데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생애 첫 투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다고 밝힌 19세 알렉스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평평한 운동장'(공정한 경쟁의 규칙)을 만들기 위함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미시간주가 캐나다와 가깝다 보니 캐나다 사람들의 (미국발 관세 등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을 느낀다"며 "그러나 그들도 미국산 우유와 빵 등에 턱없이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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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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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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