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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의 어쩌다 문화] 젊은 거장 이자람

이자람(45)이 새하얀 부채를 펼쳐 들었다. 관객들은 ‘쉬~’라고 호응했다. 어느새 봄날 서울 공연장은 러시아의 광활한 설원이 됐다.

지난 9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 ‘눈, 눈, 눈’.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주인과 하인』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무대는 소리꾼 이자람 그리고 고수(鼓手) 이준형 둘 뿐. 이자람의 입담과 손짓이 이준형의 북소리, 그리고 다채로운 추임새와 더해졌다. 그 소리를 따라 19세기 러시아에서 눈보라 속 하룻밤 여정을 보내는 상인 바실리과 일꾼 니키타가 21세기 한국 관객 앞에서 생생히 살아났다. 돈 욕심에 눈이 멀어 죽을 위기에 놓인 바실리의 어리석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객석에선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자람의 너스레에 관객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올해 초 방영된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에 등장하는 당대 최고 전기수(조선시대 낭독가) ‘천승휘’(추영우 분)의 무대가 실제였다면 이런 분위기였을까 싶다.

이날 이자람은 말 그대로 인간계를 넘어선 듯했다. 그의 손짓과 목소리로 재탄생한 종마 제티의 울음소리를 듣고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젊은 거장’이라 불릴 만했다. 공연 쉬는 시간 한 관객은 “판소리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라고 했다.

LG아트센터에서의 ‘눈, 눈, 눈’ 초연은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오는 6월 부산 영화의전당, 11월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재연한다. 이자람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내 작품을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럴만하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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