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알바 내몰린 작은 사장님 “부업 구하기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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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0년 연중기획] 2025 자영업 리포트
‘부업 뛰는 사장님’이 올 1분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9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현재 자영업자이면서 부업을 하는 사람은 올 1분기 월평균 15만18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4년 1분기(평균 11만272명)와 비교하면 37.8%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지난달 19.48%로 역대 모든 달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지난 2월에도 19.52%로 최저였는데, 두 달째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보통 자영업자 비중은 국가 경제가 고도화하고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2024년 3년 연속 감소세다.

이들이 추가 수입원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빠듯한 소득이다.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314만8615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기준)으로, 가계지출(343만6312원)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특히 월급을 받는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생소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직원보다 못 버는 사장님’이 많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보면 임금근로 직장에서 퇴직하고 자영업에 뛰어든 50세 이상 사장 48.8%가 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벌고 있었다.
소득 대비 빚이 많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그만큼 대출이자로 나가는 돈이 많아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지난해 4분기 상승 전환해 344.5%에 달했다. 자영업자가 연 소득의 3.4배 규모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가 아닌 사람의 LTI 220%보다 한참 높은 수치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외식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반면, 임대료·전기요금·인건비 등 각종 고정 비용은 급증한 것도 투잡 사장님을 늘리는 요인이다.
자영업 50세 이상 절반, 최저임금도 못 벌어
통계 밖에 숨어있는 ‘N잡러(여러 일을 하는 사람) 사장’까지 감안하면 15만명을 넘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많은 자영업자가 자기 사업을 하면서 음식 배달 등 개인사업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데, 통계청은 본업과 부업이 모두 ‘자영업(사업)’일 경우 부업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A씨 사례처럼 임금을 받는 경우는 부업으로 집계되고, 별도 개인사업으로 배달·택배 등을 하는 이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영업자가 공과금이나 보험료로 쓸 수 있는 최대 50만원의 ‘부담경감 크레딧’ 사업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해 추진할 방침이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장에서 사용한 카드 소비 증가액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페이백’도 추경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5%)을 웃돈다. 자영업 10곳 중 6곳은 창업 5년 이내에 문을 닫을 정도로 경쟁력도 약화했다.
“재취업 지원하는 정책도 검토해봐야”
국세청에 따르면 100대 생활업종의 1년 생존율(창업 후 사업을 지속하는 비율)은 2019년 77.8%에서 2022년 79.8%까지 상승했다가, 2023년 77.9%로 다시 하락했다. 2023년 기준 3년 생존율은 53.8%, 5년 생존율은 39.6%까지 떨어졌다.
100대 생활업종 중 신규 사업자가 많은 업종 20개를 떼 분석해 보니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물건을 사고파는 통신판매업(69.9%)이나 화장품 가게(74.2%), 식료품 가게(77.3%) 등의 1년 생존율이 낮았다. 반면, 미용실(91.1%), 펜션·게스트하우스(90.8%), 편의점(90.3%) 등은 90% 이상이었다. 3년 생존율도 통신판매업(45.7%), 분식점(46.6%), 패스트푸드점(46.8%) 등이 낮았고, 미용실(73.4%), 펜션·게스트하우스(73.1%), 교습학원(70.1%) 등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자영업자는 경제적 여유가 거의 없는 상황이므로 정부의 선별적인 재정 지원이 들어가면 내수 보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수익성 없이 정부 지원만으로 살아남는 자영업자가 없도록 단계적인 퇴출을 유도하면서,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빈.장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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