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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트럼프, 취임 100일에 '국가보다 마가'…미시간의 분열된 미국

대선유세 방불 연설서 통합메시지 없어…불체자 추방 영상에 청중 열광 행사장 주변서 反트럼프 집회 열리기도…차량들 경적으로 호응하기도

[르포] 트럼프, 취임 100일에 '국가보다 마가'…미시간의 분열된 미국
대선유세 방불 연설서 통합메시지 없어…불체자 추방 영상에 청중 열광
행사장 주변서 反트럼프 집회 열리기도…차량들 경적으로 호응하기도


(머콤카운티[미 미시간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정치적으로 양극화한 미국, 그리고 그 '편 가르기'를 부추기는 최고 지도자의 진영 정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100일을 맞이한 29일(현지시간) 그것을 기념하는 연설 행사가 열린 미시간주 머콤카운티에서 기자가 확인한 미국의 현실이었다.
이날 머콤커뮤니티칼리지 스포츠·전시 센터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취임 100일이 됐음에도 그 메시지나 방식 등이 대선 유세와 유사했다.
관세를 둘러싼 혼란 속에 국정 지지율이 40% 초반에 그치는 등 고전하는 상황에서 '취임 100일'이라는 계기에 전체 국민에게 정책을 납득시키려 하기보다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세력'의 '부흥회'로 만들어 지지 세력을 규합하려는 의중이 느껴졌다.
자신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수천명의 청중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았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졸리는(sleepy) 조'로 부를지, '부패한(crooked) 조'로 부를지를 놓고 즉석 '여론조사'를 한 것을 비롯해 바이든 전 대통령을 여러차례 조롱하고 비판했다.
정책 측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추방 성과와 남녀 2개의 성별만 인정하는 정책을 채택한 사실을 소개했을 때 청중들이 가장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범죄조직원 혐의를 받는 외국인들을 체포해 꿇어앉힌 채 강제로 삭발한 뒤 외국 감옥에 수감하는 장면을 마치 영화처럼 촬영해 격렬한 비트의 록음악 반주와 곁들여 연설 중간에 상영하자 청중들은 "유에스에이(USA·미국)"를 연호하며 열광했다.

또 불법체류자 추방의 법 적용 문제 등을 지적한 일부 판사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판사들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가져가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취임 이후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한 사실과 함께, 자동차 부문 25% 관세 부과를 거론하며 미국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인 미시간 주민들에게 어필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현장에 자리한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 관세를 둘러싼 논쟁 등에 개의치 않는 듯 했다.
특정 정책의 성패 차원보다, 자신들이 중시하는 '미국 우선주의' 의제들을 숱한 논란과 비판 속에서도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트럼프 정치' 자체를 열렬히 지지하고, 국민 전체보다 자신들에 '눈높이'를 맞추는 트럼프 대통령에 정서적 동질감을 깊이 느끼는 듯 했다.
행사장 문이 열리기 전인 오전부터 줄을 서 있던 프랭크(26) 씨는 "지난 4년간 우리는 좋은 대통령을 갖지 못했는데 드디어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을 갖게 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기독교 신앙을 중시하는 점이 자신이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첫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디자이너로 일해왔다고 밝힌 프랭크 씨는 현재 실업상태라고 소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경제 상황을 낙관했다. 그는 "관세는 분명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물가도 약간 오르겠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이 안정되고 다들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역시 아침부터 줄을 선 열성지지자인 60대 마이클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00일을 평가해달라는 주문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며 "그는 공약한 것을 정확히 실행했고, 앞으로 그 이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2016년 첫 대선 출마 이전까지 민주당 지지자였다고 밝힌 그는 "미국은 외국에게 말 그대로 짓밟혔고, 미국 상점의 진열대는 중국산으로 가득차 있다"며 "상품이 이 나라에서 제조되도록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라고 밝혔다.
온두라스 출신인 그의 부인 니나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100일 동안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경 안정화"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보다 전세계 사람들을 먼저 챙겼던 바이든과 달리 미국인들을 우선시한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2028'을 새긴 옷을 입은 지지자는 "미국 역사를 통해 우리는 헌법 수정(개정)을 했다"며 "우리는 헌법을 수정해서 그(트럼프)가 한번 더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2028년 대선에서 3선에 도전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이 거의 만석인 상태에서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의 1시간 30여분 연설이 끝나갈 무렵 곳곳에 빈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종료 후 'YMCA송'에 맞춰 익살스러운 춤을 추는 것까지 봐야 자리를 뜰 수 있는 열성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은 연설이 길어지자 하나둘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연설장소에서 약 500m 떨어진 도로변 잔디밭에서는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반트럼프 집회가 개최됐다.
참가자들은 "저항하라", "민주주의는 우리가 침묵할 때 죽는다", "트럼프 탄핵을 위해 단결하자"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든 채 "트럼프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자들이 이들에 동조하는 표시로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은퇴한 대학교수 필립 씨는 "나는 트럼프가 동맹국을 모욕하고, 동맹국에 타격을 주는 것이 가장 싫다"며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았고, 캐나다에 대해 지독한 말을 했고, 관세 정책은 재앙적"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트럼프 연설장 안의 청중들 사이에서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하는 듯 했다. 정책에 대한 찬반뿐 아니라, 미국의 기성 제도와 관행에 도전하며 자신이 가진 힘의 범위를 테스트하고 있는 트럼프의 정치에 한쪽은 열광했고, 다른 한 쪽은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기자가 숙소로 복귀하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성조기를 든 채 얼굴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반트럼프 시위 참가자가 기자에게 다가오더니 "당신은 친구인가, 적인가?"(Friend or foe?)라고 물었다.
대선 격전지인 미시간에서 미국의 분열상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조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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