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로힝야족 지원 통로 열어달라"는 유엔에 '호의적' 반응
정치권 등 의견 수렴 필요해 지원 실행에는 시간 걸릴 듯
정치권 등 의견 수렴 필요해 지원 실행에는 시간 걸릴 듯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유엔이 미얀마에서 기아에 시달리는 로힝야족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인접국 방글라데시 영토를 통해 하고 싶다며 통로를 열어 달라고 요청하자 방글라데시 정부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방글라데시 국내 정치권 등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해서 유엔 제안의 현실화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0일 AFP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에서 로힝야족 난민 문제를 담당하는 칼릴루르 라흐만 고문(장관격)은 전날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대한 유엔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있다면 방글라데시는 물류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라흐만 고문은 이어 "유엔의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라카인주가 안정화하고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족) 난민 귀환을 위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도주의적 지원 통로를 마련해달라는 유엔 제안은 현재 협의 단계라며 "우리는 유엔과 여타 관련 당사자들과 접촉 중"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과도정부의 토우히드 호사인 외교 고문도 지난 20일 유엔이 일정 조건에 동의한다면 방글라데시는 유엔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도 다수국 미얀마의 라카인주는 소수 무슬림의 고향 격으로, 라카인족 반군단체 아라칸군(AA)이 2023년 11월부터 정부군과 맞서 싸우는 지역이다.
현재 AA가 80% 이상의 면적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진 라카인주에선 많은 로힝야족이 AA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신하거나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방글라데시에는 현재 남동부 콕스바자르 난민촌에 약 100만명의 로힝야족이 거주하고, 이들은 주로 2017년 이후 방글라데시로 넘어왔다. 또 2023년 11월 유입된 로힝야족 난민도 11만여명에 달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방글라데시를 방문, 로힝야족 난민 상황을 점검한 뒤 방글라데시 영토를 통한 라카인주 로힝야족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방글라데시에선 정당들이 유엔 제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주요 정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미르자 알람기르 사무총장은 "방글라데시를 지나는 인도주의적 지원 통로는 역내 평화와 안정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의 독립, 주권과 관련돼 있다"며 의견 수렴 필요성을 언급했다.
방글라데시 주재 유엔 사무소 관계자는 유엔 제안은 방글라데시는 물론 미얀마 당국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창엽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