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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문화참견] 콘클라베, 그 은밀한 속내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종교를 넘어 세계인의 존경을 받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고, 이제 세상의 이목은 차기 교황이 누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자 사회적 약자, 소수자, 이민자 보호와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진보 성향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 민족주의와 극우세력이 득세하고 “10년 넘게 교회 내 극우파는 진보적인 교황에 맞서 내전을 벌였다”(교황청 전문기자 마르코 폴리티)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교계의 치열한 보혁대결도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콘클라베는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예측 불가능한 회의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새 교황 선출 비밀회의 7일 시작
영화 ‘콘클라베’도 인기, 역주행
막전막후 ‘교황권 정치학’ 잘 그려
현실 정치의 이합집산도 떠올라

교황 선출 콘클라베의 여정을 실감 나게 그린 영화 ‘콘클라베’. [사진 디스테이션]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는 7일 시작한다. 전 세계 추기경들이 로마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외부와 단절된 채 전체의 3분의 2가 동의할 때까지 투표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선거인단 전원이 후보이자 유권자가 된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80세 미만 추기경 138명이 참여한다. 교황이 선출되면 성당 굴뚝으로 흰 연기가, 실패하면 검은 연기가 솟아 나오는 장면이 잘 알려져 있다.

현실의 콘클라베와 함께 영화 ‘콘클라베’(에드워드 버거 감독)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각색상 등을 수상했고, 정치 칼럼니스트 출신 작가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실제 콘클라베에서 영감을 받아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난 3월 국내 개봉했는데 교황 선종 이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며 역주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OTT 시청량이 32배나 폭등했다는 보도가 있다.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종교영화이자 정치영화다. 교황 선출 과정을 둘러싼 막전막후 권력쟁투, 성직자들도 예외 없는 탐욕과 음모, ‘교황권 정치학’(papal politics)의 속내가 속속들이 그려진다. 개혁 성향 교황이 서거하자 콘클라베가 열린다. 선거인단에 합류한 마지막 인물은, 그간 존재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교황을 노려 여론 상 가장 유리해 보이는 후보, 개혁 성향에 반기를 들고 전통 회귀를 내세운 보수 후보, 전임 교황의 유지를 이으려는 개혁파 등이 각축을 벌인다. 신부들은 진영에 따라 끼리끼리 모여 표 계산을 하고, 밀약과 매수, 배신이 난무한다.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밀자는 얘기도 한다. 초기 1등을 달리던 유력 휴보는 과거 성추문이 폭로돼 낙마하는데, 알고 보니 수녀까지 동원한 경쟁 후보의 간교한 공작이었다. 그러나 경쟁 후보 또한 비리에 연루되고 교황의 뜻을 왜곡하며 거짓말을 한다.

성당 밖에서 테러가 일어나자 보수 후보는 “이건 종교 전쟁이고, 지금 필요한 리더는 (저 밖의) 동물들과 맞설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식당에서 추기경들이 언어권 별로 모여 앉자 어차피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냉소한다. 유력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상황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막판에는 대반전이 준비돼 있다.

영화에는 명대사들이 많다.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에서 사역해온 추기경은 통상적인 식사기도 끝에 “주여 우리가 먹고 마실 때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 아프고 외로운 이들, 그리고 오늘 밤 우리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를 도와줄 수녀들을 잊지 않도록 도우소서”라고 덧붙인다. 그는 콘클라베 말미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그저 소인배일 뿐이었습니다. 오로지 자신들의 안위와 로마와 선거와 권력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교회의 모습이 아닙니다”라고 질타한다. 선거단장으로 콘클라베 일정을 관리하며 영화의 중심이 되는 로렌스 추기경(랄프 파인즈)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우리 신앙이 살아 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처음엔 자신은 자격 없다고 겸손해하던 로렌스도 슬며시 제 이름을 투표용지에 써넣는다.

영화는 대선 열기가 한창인 우리 정치 현실도 떠올리게 한다. 하긴 종교 지도자들도 권력투쟁에 여념 없는데, 현실 정치판이 오죽할까 싶기는 하다. 특히 최종 대선 후보 경선 막바지인 국민의힘에서는 일부 친윤들을 중심으로 ‘한덕수 추대’ 카드를 고집하며 “콘클라베를 하든 뭐든 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명분을 납득지 못하는 데다가 당내 민주적 경선 절차를 무력화하고, 보수 재건의 과제는 뒤로 한 채 기득권들의 차기 당권 수호용 노림수라는 비판까지 받는 상황이다. 과연 그런 ‘정치판 콘클라베’가 국민의 관심을 끌며 흥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성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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