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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엽의 퍼스펙티브] 고작 ‘○○페이’가 혁신? 글로벌 수준 파괴적 혁신이 온다

스테이블코인과 결제수단 전쟁,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 블록체인법학회 이사장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

윌리엄 깁슨의 유명한 어록이다. 그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 시절의 안철수가 자신이 좋아하는 SF 작가라고 언급하며 2012년 대선 출마선언문에 인용하기도 했다. 깁슨의 말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통한 자본유출 50조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스테이블코인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원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USDC(이더리움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를 구매하고 이를 해외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50조원이나 되는 자본이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자본의 해외 유출이 정말 간단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테더사 영업이익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넘어서

테더의 미 국채 보유량 독일 추월
올해 1분기 비자보다 많이 결제

장려할지 규제할지 이젠 선택을
혁신과 안전 사이 균형점 찾아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법정화폐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국경을 초월해 모든 거래의 지급결제수단으로 나아가고 있다. 테더, USDC, 페이팔USD 등 이미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춘 스테이블코인은 트럼프 대통령 체제 아래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 가족이 설립한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에서도 스테이블코인 USD1을 발행한 사실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표1〉 김경진 기자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발행하는 테더사의 영업이익이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영업이익을 추월한 것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큰 변화를 알려주는 계시라고 보아야 한다. 인공지능(AI) 기업보다 현실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이고, 미래의 국제적 지급결제수단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지급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코인을 어떻게 가격변동이 없도록 ‘스테이블(stable)하게’ 만들 것인가에 따라 통상 스테이블코인을 〈표1〉처럼 분류한다.

계엄 후 테더 월 거래량 11조원 넘어서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총 시가총액이 23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5년 1분기에는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사상 처음으로 비자(Visa)의 결제 건수를 추월했다. 한국의 경우 계엄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업비트의 테더 월 거래량이 1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위기가 올 때마다 스테이블코인은 시장에서 더 강하고 빠르게 수용될 것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발행하는 테더사가 보유한 미국 국채 보유량은 2024년 10월 기준 976억 달러로 독일이 보유한 국채보유량을 넘어섰고 한국의 국채보유량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까지 증가하였다.

일부 경제학자들의 말처럼 스테이블코인으로 현재의 지급결제망이 대체된다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하는 국채만으로도 미 국채의 수요는 상당부분 충족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국제정치학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CBDC 개발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까지 한 것을 보면 당분간 시장에서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5년 현재 서울 명동·남대문·강남 등에서는 테더로 쉽게 거래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고, 테더를 교환할 수 있는 환전소도 성행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2023년 외환관리법 위반 사건이 2021년 대비 83.7% 증가했다는 사실로 확인된다. 이렇듯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는 막 시작되었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시장에서도 점점 시장에 수용되고 있다.

혁신 포용 없이는 경제 성장 어려워
글로벌한 차원에서 지급결제수단의 파괴적 혁신이 오고 있다.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카카오페이가 혁신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는 한순간에 지급결제수단의 전쟁에서 패하고 엄청난 시장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해졌다. 아마존, 테무, 알리 등 글로벌 유통업체의 진격 속에서 개인들도 자국 은행망을 이용하지 않고 쉽고 빠르게 결제하려고 하는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트럼프 체제 아래 일반 상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곧 생길 것이고 전통적인 지급결제업무를 하는 금융기관과 경쟁할 것이다.

지금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을 혁신기업으로 장려할 것인지 규제를 통해 금지할 것인지 명확하게 답을 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창의와 혁신을 포용하지 않는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듯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금지가 답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법적인 위험 없이 글로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혁신을 한국에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사회의 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정보의 인터넷에서 가치전송이 가능한 인터넷으로의 진화는 필연적이고 스테이블코인의 인터넷 거래에서의 도입도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채의 새로운 수요처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염두에 두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지급준비금으로 미국 국채가 가능하다고 발표하였다. 미국 상원에서 발의된 ‘지니어스 액트’와 하원에서 발의된 ‘스테이블 액트’는 조만간 통과될 것인데 위 법안이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을 미국에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경우 70년이 넘는 오랜기간 사용해온 국제간 자금이동 네트워크인 스위프트(SWIFT)의 고비용구조를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급결제시장의 거인인 페이팔, 비자, 마스터카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의 실험을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방향에서 볼 때 인터넷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더 많이 더 자주 사용될 것이 분명해졌다. 작게는 7%, 많게는 40%까지 수수료가 드는 전통적인 달러네트워크를 사용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제시스템의 비효율과 속도 개선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엔 다 변했지.” 지드래곤의 가사처럼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 지금의 지급결제수단은 예전과 달랐고, 미래에 달라질 것이다. 10년 후 지급결제수단은 지금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고, 인터넷은 가치전송이 가능한 네트워크로 진화할 것이고, 지금의 국경을 넘는 거래의 고비용은 결국 제거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지금의 결제시스템의 비효율성이나 속도를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은행 간 송금(SWIFT 등)이 며칠이 소요될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을 통해 거의 실시간(몇 분 안에)으로 국경 간 결제 및 정산을 완료할 수 있고, 은행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24시간 연중무휴 운영도 가능하다. 국경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또한 금융포용성 측면에서도 은행 계좌가 없는 20억 명의 지구인들에게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금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있고, 20억 명이 새롭게 글로벌 경제의 수요자로 등장할 것이다.

〈표2〉 김경진 기자
하버드대의 경제학자였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설파했듯이 모든 새로운 혁신은 기존의 시스템을 파괴적으로 혁신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같이 가져오게 된다. 아직 시장에서 규칙과 제도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생길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사기도 많이 생길 수 있고, 테라-루나 사건과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테더사의 경우 회계가 투명하지 않고 테더에 대한 담보가 부족하여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 온 여행자들이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을 가지고 와 한국에서 환전한 후 한국의 자산을 사는 경우도 매우 많아졌는데 이에 대한 규칙이나 제도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과 위험성을 어떻게 조율하고 있을까. 〈표2〉를 보면 주요 국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사에 대해 준비금 제도를 어떻게 관리, 감독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 전쟁, 승리 방법도 고민을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국경을 넘는 결제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어떻게 큰 문제 없이 수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과연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인터넷에서 지배적인 결제수단으로 등장할 것인가.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결제수단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지는 결제정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글로벌에서 안정적인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상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혁신과 안전 사이에서 균형 잡힌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로 주로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해 1대 1로 가치를 고정한 경우가 많다. 테더가 대표적.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변동성이 낮아 환전이나 암호화폐 기반 금융상품에 많이 이용된다.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 블록체인법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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