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0.3% 쇼크…트럼프 관세 역풍
착륙 없이 질주하던 미국 경제가 주저앉았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무역적자를 늘리는 부메랑으로 날아오면서,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2년 이후 3년 만에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세정책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올해 여름부터 본격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올해 1분기 실질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 대비 0.3%(속보치, 연율 기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2.4%)과 비교해 급감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0.4%)에 크게 못 미쳤다. 2022년 1분기(-1%)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22년 1분기는 코로나19 확산에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던 시기다.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둔화세도 컸다. 1분기 미국 소비자 지출은 전 분기 대비 1.8% 증가했는데, 이는 2023년 1분기(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 상무부는 “1분기 실질 GDP 감소는 수입 증가, 소비 지출 감소, 정부 지출 감소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수입액이 급증한 것은 수입 업자들이 관세 부과 전에 세금을 피하고자 수입품 재고 물량을 일시적으로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관세 부과에 앞서 기업들이 미래의 수요를 미리 빌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공황 구매’가 성장률 저하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감소는 관세 부과의 불확실성에 따른 일시적 상황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산탄데르 US캐피털마케츠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수입이 정상화되면 GDP 성장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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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입액 41.3% 늘 때 수출액은 1.8%만 늘었다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GDP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전 분기 대비 3.5% 증가했는데 이는 2024년 1분기(3.7%)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면, 미국 통화 당국도 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부양책을 쉽게 꺼내기 어렵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을 모두 막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관세로 인해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에 직면하고 경제가 더 높은 실업률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마이너스 성장 소식에 “바이든 정부의 잔재물”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는 자신의 관세정책을 옹호하면서 “호황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1~2%대 하락세로 출발했다. 한편 중국 경제도 관세 충격에 위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한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9.0으로 경기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남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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