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순직 딛고 일어선 아내, 그뒤엔 동료경찰 '100원의 기적'

" 잠수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은 점심이 뭐였어요? "
2020년 2월 한강 투신자를 수색하다가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아내 이꽃님(38)씨는 사고 이후 남편의 동료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만난 이씨는 “마지막 식사인데 제대로 챙겨 먹었는지, 반찬은 뭘 먹었는지 알아야 하늘에서도 잘 지낼 것 같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의 집 한쪽에는 작은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이 공간에는 유 경위의 초상이 새겨진 기념패가 놓였다. 한강경찰대 소속이던 유 경위는 가양대교 인근 교각의 돌 틈에 끼여 숨졌다. 이씨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나무랄 데 없는 남편이었다”고 회상했다.
사고 당시 이씨는 임신 15주 차였다. 충격으로 조산했고, 아들 유이현(5)군은 폐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25주 차에 태어나 강직성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유모차형 휠체어 없이 혼자선 움직일 수 없다. 이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유군과 함께 특수 유치원, 치료 센터에서 보낸다. 치료비는 한 달 약 200만 원에 이른다. 그는 “초반엔 연금으로만 버티다 보니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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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100원의 기적’ 캠페인…“치료비 부담 덜어”

경찰에 따르면 100원의 기적 캠페인은 지난달 기준 약 12억1800만원을 모금했다. 총 71개 가정의 103명이 약 8억9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전체 직원 14만여 명 중 약 70%에 해당하는 9만9000여 명이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윤성(12)군도 100원의 기적을 경험했다. 이군의 아버지 고(故) 이상무 경위는 2018년 경남 김해에서 교통사고를 처리하던 중 뒤따르는 차량에 치여 순직했다. 당시 이군의 나이는 5세에 불과했다.
그는 “아버지 순직 당시엔 ‘돌아가셨다’의 뜻도 몰라서 다른 곳에 갔다가 곧 돌아오는 줄 알았다”며 “영결식에서 울면 어른들이 더 슬퍼할까 봐 차 안에서 몰래 울었다”고 말했다. 캠페인 지원을 받은 이군은 지난달 72%의 득표율로 전교 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아버지의 동료들이 제게 월급을 나눠줬듯, 나도 베풀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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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중 1명은 순직 인정 안 돼

전국경찰직장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순직 처리된 인원이 32명, 승인을 받지 못한 인원은 11명이라고 한다. 3명 중 1명꼴로 순직 처리 거부를 당한 셈이다. 직협 관계자는 “자살이나 질병사의 경우 더 까다로워 유족들은 고인을 애도할 시간도 없이 순직 인정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한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어려움을 인지하고 순직 청구 과정에서 노무법인 자문 지원, 불승인자에 대한 소송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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