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김경문' 1할대 타자를 대타로 썼는데…8m 몬스터월 넘길 줄이야, 이래서 황영묵은 특별하다

한화 황영묵.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경문 감독. /한화 이글스 제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현역 감독 중 통산 최다 957승을 거둔 김경문 감독의 신들린 한 수였다. 결정적 순간 한 방이 있는 황영묵(26)의 특별한 기질이 한화 이글스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황영묵은 지난 30일 대전 LG전에서 1-2로 뒤진 7회말 1사 2루 최재훈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섰다. 이날 2회 안타를 때린 최재훈은 시즌 타율 2할6푼1리에 출루율이 4할2푼4리로 높다. 데이터상으로 LG 투수 김진성 상대로 2022년부터 7타수 무안타로 막히긴 했지만 대타로 바뀌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최재훈을 뺀 것보다 놀라운 것은 대타가 황영묵이란 점이었다. 이날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황영묵은 시즌 25경기 타율 1할8푼7리(75타수 14안타) 무홈런 3타점 OPS .544에 그쳤다. 컨택이 강점이 있는 선수이긴 하지만 최근에 타격감이 저조했기 때문에 대타 투입은 의외였다.
하지만 김진성에게 최근 2년간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강한 데이터가 있었고, 황영묵은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초구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낮게 들어온 것을 지켜본 뒤 2구째 비슷한 코스의 시속 127km 포크볼을 받아쳐 우측 8m 높이의 몬스터월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10m, 시즌 1호 홈런. 한화의 5-2 역전승과 함께 4연승을 이끈 결승포였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달 중순 “영묵이가 1번 타자로도 나서면서 공을 오래 보기 위해 히팅 포인트가 늦는 것도 있겠지만 당겨칠 때는 당겨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날 황영묵의 홈런은 제대로 잡아당긴 것이었다. 경기 후 황영묵은 “제가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는 아니지만 연습할 때는 몬스터월을 넘긴다. 좋은 포인트에서 맞아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림수를 가진 듯 작정하고 풀스윙을 돌린 그는 “무조건 포크볼만 생각하고 있었다. 전력분석팀에서도 말씀해주신 게 (김진성이) 좌타자 상대로 직구보다 포크볼이 많다는 것이었다. 바닥에 떨어지는 포크볼에 헛스윙하면 안 되니까 높게 보고 정확하게 맞히려고 했다”며 “대타로 나가면 한 타석이기 때문에 노림수를 갖고 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한화 황영묵. /한화 이글스 제공
황영묵은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3월22일 수원 KT전도 1-2로 뒤진 7회초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와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로 역전승에 기여했다. 지난달 25일 대전 KT전도 1-2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로 대타로 나와 좌중간 안타를 쳤다. 이날 홈런이 시즌 3번째 대타 안타로 결정력을 발휘했다.
황영묵은 “승부처에서 중요한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긴장되는 것보다 기대가 많이 된다. 치면 제가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욕심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생각한다”며 “(27일 KT전 7회) 최재훈 선배님 타석에 대타로 나가서 아웃됐는데 그게 너무 죄송했다. 오늘 홈런을 치고 나서 재훈 선배님이 ‘지난 번에 못 친 거 이걸로 풀었다’며 칭찬해 주셨다. 선배님이 그렇게 응원해준 것에 보답할 수 있어 뿌듯하게 생각한다. 류현진 선배님도 아이싱을 하고 오셔서 ‘잘했다’며 하이파이브를 해주셨다.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독립리그 출신으로 지난해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황영묵은 지난해 123경기 타율 3할1리(349타수 105안타) 3홈런 35타점 OPS .737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규정타석에 미치지 못했지만 탁월한 컨택과 배트 컨트롤로 3할 타율에 100안타를 쳤다.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될 만큼 매 순간 전력을 쏟는 자세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한화 황영묵. /한화 이글스 제공
김경문 감독도 늘 노력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황영묵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안치홍이 시즌 초반 복통과 손목 통증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자 황영묵에게 2루 기회를 줬다. 1번 타자로 상대 투수 공 개수를 늘리는 역할도 했지만 좀처럼 타격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레그킥을 안 하다 최근에 다시 하는 등 좋을 때 느낌을 찾기 위한 과정이 있었고, 선발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었다.
황영묵은 “심적으로 힘들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도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이겨내는 게 프로야구 선수라고 생각한다. 좋은 생각을 하면서 준비했고, 주변 선배님들과 선수들이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기회를 주신 김경문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황영묵은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 꾸준하게 보여주는 것이 더 훌륭한 야구 선수라고 생각한다. 워낙 야구 잘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저도 차분해지려 노력한다. (컨디션) 좋은 안 좋든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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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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