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판결 30분만에 대선 등판한 한덕수…"단일화 시간은 4일뿐"

한 대행은 이날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갖고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 G7 수준으로 탄탄하게 뻗어갈지, 뒤처지게 될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우리 손에 달려있다”며 “이러한 결정이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6·3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한 대행의 대국민담화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 환송 결정 30여분 뒤 진행됐다.
한 대행은 출마 이유로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고, 지정학적 질서가 한 치 앞을 모르게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져 벌써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 대행은 이어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며 “여기서 대한민국이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경제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던 이 후보를 겨냥한 듯 “표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불합리한 경제정책으로는 대외 협상에서 우리 국익을 확보할 수 없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세울 수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은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권한대행직에 복귀할 때만 해도 “마지막 소임을 다하기 위해 자리로 돌아왔다”며 대선 출마에 거리를 뒀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이재명 대통령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구(舊) 여권 인사들의 설득이 이어지며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한 대행은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대선 출마문에 자신의 임기를 줄여서라도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모두 내려놓는 임기 단축 개헌과 대연정 등 거국 내각 구성, 청년 및 약자와 함께 가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방안 등을 담을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정치권 전반의 환골탈태를 촉구하는 발언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의 경우, 실무 협상에만 2주가 걸린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와 비교해 시간이 촉박하다는 평가다. 중앙선관위의 대선 후보 등록일은 11일까지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홍보물 발주를 고려할 때 7일 정오를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3일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확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4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한 대행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인사들 사이에선 ‘톱다운 방식의 원샷 국민 경선’이 단일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4일 국민의힘 후보와 한 대행이 만나 국민 여론조사 100%에 동의하고, 5~6일 여론조사 뒤 7일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초단기 스케줄이다. 여기서 한 대행이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에 입당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선다는 복안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일정상 TV 토론까지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문수·한동훈 국민의힘 후보 모두 “도떼기시장처럼 몰아붙이는 건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라 최종 단일화에 도달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의 유죄 취지 파기 환송으로 단일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내란 정권의 2인자이자 내란 피의자인, 내란 대행 한덕수 총리가 결국 출마를 전제로 한 사퇴를 감행했다”며 “국정을 내팽개친 한덕수 총리의 앞에는 국민의 가혹한 심판이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박태인.김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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