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0%대, 내년 1%대…한국 성장률 ‘4년째 2% 이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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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0.5%), 씨티그룹(0.6%), ING그룹(0.8%)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올해 0%대 성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소비와 투자의 내수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기 선행지표의 뚜렷한 반등 신호를 포착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집계됐다. 예상치 못한 대내외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1분기 외 다른 분기에도 ‘역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한국은행(1.8%)·ADB(1.9%) 등 국내외 다른 기관도 내년 한국의 경제에 대해 눈높이를 낮췄다. OECD가 유일하게 내년 2.2%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지만, 다음 전망에서 낮출 가능성이 크다. 내년까지 1%대에 그치면 성장률은 4년 연속 2% 이하에 머문다. 한국 경제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장기 부진이다.
그간 수출이 부진할 때는 내수가 버텨주고, 내수가 어려울 땐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내수는 암울하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 역시 2021년 4.1%포인트에서 지난해엔 0.1%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의 여파로 수출마저 경고등이 켜졌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며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다양한 경로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했다. KDI도 ‘잠재성장률 1%대 진입’을 언급했다. 2000년대 초반 5% 안팎이었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3%대로 떨어진 뒤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고서는 앞으로 2% 성장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몇년째 이어진 세수 부족 탓에 재정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환율 변동성 때문에 금리 인하 여력도 크지 않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30년 동안 큰 고통을 받았는데 한국도 그런 장기 저성장의 초입에 접어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잠재성장률 제고를 모든 경제정책의 중심에 둬야 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 혁신, 산업·노동·자본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번에도 실기하면 정말 깊은 터널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며 “한국이 주요국과의 경쟁에 앞설 수 있는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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