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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뉴딜’이 ‘노딜’에게

정강현 워싱턴 특파원
친애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나 루스벨트는 당신의 취임 100일을 돌아보며 이 편지를 띄웁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100일 평가’라는 개념이 저의 첫 임기 때 처음 생겨난 거란 사실 말입니다. 당시는 경제 대공황 한가운데였습니다. 저는 취임하자마자 100일간 ‘뉴딜(New Deal)’로 불리는 수많은 입법을 했습니다. 특히 저는 당신과는 반대로 관세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죠. 1934년 발효된 ‘상호무역협정법’은 미국이 세계와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는 기반이었고, 이게 대공황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많은 역사가는 저의 취임 첫 100일이 미국을 대공황에서 건져낸 ‘뉴딜’의 초석이 됐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당신의 첫 100일은 ‘뉴딜’이 아닌 ‘노딜(No Deal)’로 평가될 것 같군요. 당신은 관세가 미국 경제를 구원할 거라고 했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요.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감률은 -0.3%. 3년 만의 역성장입니다. 당신의 지지율은 취임 100일 기준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39%(ABC 방송·워싱턴포스트·입소스 공동 조사)까지 급락했죠.

역성장 지표가 발표되자 당신은 또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탓을 했더군요. “바이든이 남긴 나쁜 경제 지표 때문이지 관세 탓은 아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당신은 지금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정적을 겨냥한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적뿐만이 아니죠. 가자 전쟁 반대 집회에 참석했단 이유로 비자가 박탈된 어느 유학생부터 백악관에서 내쫓긴 기자까지. 당신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미국 시민들은 물론, 언론까지도 ‘적’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저는 한자에 밝은 편은 아니지만, 대통령(大統領)을 대통령(大痛領)으로 읽어보려 합니다. ‘크게 통치하는(統) 사람’이라기보다는 ‘크게 아파하는(痛) 사람’으로 말이죠. 당신은 100일 기념 연설에서 제 이름을 거론하며 “루스벨트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우겼습니다. 사실 여부를 따지고 싶진 않습니다. 앞으로의 100일 동안엔 정말 저보다 많은 성과를 내길 바랍니다. 그러니 부디 관세를 비롯한 무리한 정책들을 되돌아보고, 경제 불확실성으로 고통받는 미국 시민들을 보듬어주기를. 그렇게 크게 아파하는 리더십으로, 훗날 저보다도 더 빛나는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당신을 염려하는 마음을 담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정강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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