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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우의 혁신창업의 길] 아시아 유일 글로벌 지상국 사업자…“우주 데이터센터 도전”

[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79〉 이성희 컨텍 겸 AP위성 대표
영화 ‘콘택트’,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등 외계인과 교류를 다룬 콘텐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거대한 접시 안테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출신 이성희 대표가 2015년 세운 컨텍은 이 접시 안테나를 통해 인공위성과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항우연에서 지상국 업무를 주로 맡았던 이 대표는 2013년 국내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 발사 성공에 기여한 후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영화 ‘콘택트’에서 영감을 얻어 사명도 ‘컨텍’이라고 지었다.

컨텍은 11개국에 지상국을 건설해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전 세계 125개 고객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을 대상으로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규모의 지상국을 갖춘 기업은 아시아에서 컨텍이 유일하다. 202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지난해 매출은 6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국내 위성 기업 AP위성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두 회사 매출 목표는 1000억원 이상이다. 지난달 16일 대전 유성구 지족동의 아파트와 상가들 사이 컨텍 위성관제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11개국에 지상국 구축해
125개 고객에 위성 서비스

뉴 스페이스 시장 타깃
위성 교신 정보 고객에 공개

기술만큼 시장 대응 중요
스타트업 육성해 협업

지상국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
이성희 컨텍 대표가 지난달 16일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본사 인공위성 관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Q : 지상국 수요는 왜 생기나.
A : “위성 궤도가 지상국 교신 반경을 벗어나면 교신이 되지 않는다. 위성이 지구를 돌다 교신 반경에 들어오는 건 궤도에 따라 하루 최대 7~8번,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 30~60분밖에 안 된다. 때문에 지상국을 전 세계 주요 거점에 건설할 필요가 있다. 교신 횟수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서다. 위성 사업자들이 직접 지상국을 다 관리하기 어려워 우리 같은 업체에 의뢰한다. 최근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개발) 시대가 열리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올해 지상국을 1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Q : 미국·유럽 경쟁사와 비교해 기술력은 어떤 수준인가.
A : “60년 가까이 지상국 서비스를 해온 노르웨이 KSAT 등 경쟁사들과 기술적으로는 이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상국 관련 기반 기술은 대부분 공개돼 있어서다. 중요한 건 이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지다. 우리는 교신 정보를 플랫폼으로 고객들에게 모두 공개한다. 경쟁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기술 도입도 우리가 더 적극적이다. 우리는 양자 컴퓨터 발전으로 기존 암호화 기술이 무력화될 때를 대비해 3년 전부터 양자내성암호(PQC)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사 관계자들이 그때는 콧방귀도 안 뀌더니 이제는 우리를 따라 한다.”

기술 창업에서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김경진 기자

Q : 왜 창업을 생각했나.
A : “항우연에 재직 중이던 2010년 캐나다 칼튼대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연구·개발(R&D)의 주제가 자율적이고 창의적이었다. 칼튼대는 그때부터 현재 스페이스X가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때 활용하는 ‘위성 편대 비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한국은 정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주도하다 보니 성공해야만 하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미션에만 집중했다. 이후 사업 구상을 하다 2014년 항우연에 창업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정부도 출연연 창업을 권유하던 시점이어서 항우연 장비를 무료로 쓰며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Q : 창업 초기는 어땠나.
A : “인터넷에서 벤처캐피털(VC) 연락처를 찾아 2018년에만 기업설명회(IR)를 80번 넘게 했는데, 투자를 못 받았다. ‘우주 사업으로 무슨 돈을 벌 수 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지상국은 짓지도 못하고,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론으로 버텼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기술보증기금에 특허를 담보로 2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아 제주도에 지상국을 짓기 시작했다. 말로만 하던 걸 눈으로 보여주니 반응이 달라졌다. 투자자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2019년 첫 투자(시리즈A) 유치에 성공한 이후 2021년 120억원(시리즈B), 이듬해 610억원(시리즈C)을 연달아 투자받았다. 이를 통해 미국 알래스카 등 거점별로 지상국을 건설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을 거치며 배운 게 있다. 기술 창업에서 ‘기술’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점이다.”


Q : 무슨 의미인가.
A : “기술로 시장을 어떻게 창출하고, 우리가 그 시장을 어떻게 점유할 수 있는지 외부인에게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술은 당연한 것이다. 교수나 연구원 출신 창업자들은 ‘기술’만 완성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산이다. 5년 뒤 기술이 다 완성되고 마케팅을 시작하면 이미 경쟁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거나 시장이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20%만 완성되면 고객사와 얘기하기 시작한다. 해외 박람회 등에서 알리다 보면 3~4년 뒤 시장에서 그 기술을 필요로 하게 되고, 그때 우리 기술도 성숙해 있다. 그래서 지금도 1년 365일 중 3분의 2는 해외 박람회를 돌며 사업을 알리고 있다.”

모든 게 우주로 가는 시대를 대비

Q : AP위성 대표도 겸직하고 있는데.
A : “AP위성은 인공위성 제작 기업이다. 창업자인 류장수 회장은 대기업에서도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우리를 택했다.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항우연 선배이기도 한 류 회장이 가끔 본인 회사의 대표를 맡아 달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지난해 진심으로 인수 제안을 해왔다. 컨텍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모습을 좋게 봤고, 나를 보면 과거 항우연에서 나와 열정적으로 기업을 키우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AP위성은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국내 사업에만 머물고 있다. 컨텍의 서비스와 결합해 패키지로 묶어 해외로 나갈 계획이다.”


Q : 새로 도전할 분야는.
A : “앞으로 모든 게 우주로 가는 시대를 대비할 거다. 우리 기술력으로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볼 생각도 가지고 있다. 2028년까지 규모가 작더라도 독자적으로 추진해볼 거다. 위성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부지나 환경 오염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력 수급 문제도 우주 태양광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저장장치 크기도 작아져야 하고, 로켓 발사 비용도 훨씬 낮아져야 한다. 이외에도 우주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전문 액셀러레이터도 3년 뒤 설립해보려고 한다.”

이상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컨텍은 이성희 대표가 항우연 시절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창업해 국내 민간 주도 우주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항우연이 보유한 연구 성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연구원 창업 우수 사례다. 글로벌 지상국 네트워크 구축부터 위성 제작까지 시너지를 내며 국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

신아람 보이저벤처스 대표
이성희 대표는 민간 우주 산업에 대한 비전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컨텍은 위성·지상국·데이터 처리 및 보안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한 데다 AP위성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다. 초기 투자자로서 이들과 함께한 여정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ㆍ서울대ㆍ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강광우 IT 산업부 기자



강광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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