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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혼돈의 트럼프 100일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 CSIS 키신저 석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미국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이고 인기 없는 임기 첫 100일을 보냈다. 지지자들은 이제 막 취임한 대통령이라 가장 파격적이고 야심 찬 출발이라 여기는 것 같다.

실제로 트럼프는 정부 방침에 반발한 하버드대 등 국내외 여러 기관을 공격하고 있다. 이민 억제를 위한 가혹한 조치들을 도입했다.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명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위협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지원도 동결했다. 3% 미만이던 수입 관세를 25% 이상으로 인상했다.

인기 없는 100일 보낸 트럼프 2기
인플레·이민 정책에 부정적 평가
시장에 확신 주는 전략 안 보여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러한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미국이 전 세계에 제공했던 원조 자금을 미국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불법 이민을 근절했다고 평가한다. 동맹국들에 압력을 가해 교역과 방위 분야의 무임승차를 중단하고, 미국의 진보 엘리트 세력이 일반 국민에 강요했던 ‘워크(woke)’ 가치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시각은 다르다. 대선 직전까지 유권자들은 인플레와 불법 이민 문제를 최대 이슈로 꼽았는데 트럼프는 두 당면 과제에서 여론의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취임 이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인플레를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과 변덕스러움 때문에 투자도 씨가 말랐다. 미국 증시에서 시총 7조 달러가 증발했고, 채권시장도 휘청거렸다. 유권자들은 물가 상승과 퇴직연금 손실로 피해를 보고 있다. 당선 직전 60%까지 올랐던 트럼프의 경제 정책 지지율은 30%로 뚝 떨어졌다. 관세와 투자 위축의 여파는 아직 실물경제에 반영되기 전인데도 말이다.

불법 이민 유입을 줄이는 데 성공했으니 관련 지지율이 높아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트럼프의 공격적 조치에 여론이 환호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미국인이 트럼프가 잘못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본다. 취임 100일을 맞아 트럼프는 많은 부문에서 공세를 누그러뜨리는 듯하다. 그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해임하지 않을 것이며, 관세 공세를 많은 부분에서 중단하고 유학생 비자 제한 조치를 뒤집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애초에 바꿀 만한 전략도 없어 보인다.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나 여파를 고려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2기의 정책 결정 과정은 일견 결단력이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충분한 숙고를 거치지 않은 모습이다. 트럼프는 그간 4000건이 넘는 소송에 휘말렸는데 대부분 패소하거나 합의로 해결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식 전략이란 수많은 종착지를 정해 어디에 이르든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노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관세 정책만 해도 그렇다. 당초에는 감세를 위한 자금 확보와 미국의 국내 제조 기반 확충, 외국의 관세 장벽 철폐를 강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목적은 상충한다. 만약 관세로 외국이 장벽을 철폐하면 교역은 확대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들 국가가 미국으로 제조 기반을 굳이 옮길 이유가 없다. 따라서 관세로 인한 미국 정부의 수입 증대도 없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의 목적이 정부 수입 창출이라면 더 말이 안 된다. 관세로 인해 오히려 경제와 제조업 투자에 발목이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목적 중 하나는 혹시 성공할지 모르지만, 모두를 한꺼번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 꽤 괜찮은 홍보 전략일 수는 있겠지만, 성공하려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계속 더 많은 것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불확실성은 결국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신뢰도 하락과 정부 지지 기반을 좀먹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에 확신을 주는 전략이 없는 것 같다. 시장에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그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겠지만, 트럼프 스타일상 그것도 어려워 보인다. 참모들이 그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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