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시선] 지역화폐까지 ‘오픈런’ 부추기나

민주당, 할인율 20%로 상향 요구
학원 등 특정 업종 혜택 집중 우려
지역공동체 강화 목적과도 배치
학원 등 특정 업종 혜택 집중 우려
지역공동체 강화 목적과도 배치

사용처가 제한된 지역사랑상품권은 할인이나 인센티브를 통해 생명력을 얻는다. 할인한 금액은 정부와 지자체가 세금으로 메운다. 행안부 지침에 따라 기본 할인율은 10%다. 인구감소 지자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5%, 일반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2%, 지자체가 5~8%를 부담하는 구조다. 지역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명분도 얻고, 적극 소비층인 유권자의 환심도 살 수 있으니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돈을 뿌렸으니 일정한 소비 촉진 효과가 있겠지만, 투입 예산 대비 충분한 효과가 나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별로 결론이 다르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지자체 여력에 맞게 적절한 규모로, 지역 특성에 맞는 명확한 정책 목표를 갖고 한다면 이를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다만 이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음식점이지만 학원비 결제가 상당한 규모다. 서울과 경기도 통계를 보면 지금까지 20% 정도가 학원비로 결제됐다. 진짜 지원이 필요한 다른 영세 업종에서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의 지역화폐를 보면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된 것이 많다. 2003년 독일 바이에른주 트라운슈타인에서 도입된 킴가우어라는 지역화폐는 유로화를 1대1로 환전해 지역 내 가맹점에서 사용한다. 이를 받은 업소는 다른 가맹점에서 원재료 등을 구매할 때 쓸 수 있다. 한번 쓰고 끝나는 상품권이 아니다. 가맹점이 킴가우어를 유로화로 다시 환전하려면 5%의 수수료를 뗀다. 이 중 3%는 구매자가 지정한 곳에 기부하고, 나머지 2%는 운영 비용으로 쓴다. 이를 쓰지 않고 갖고 있으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가치가 감소하도록 설계됐다. 빨리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2022년 연간 결제액은 600만 유로(약 97억원) 수준이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지역 연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지역사랑상품권은 발행 규모는 크지만 세금으로 굴러간다. 시민은 인센티브와 할인율을 보고 달려드는 ‘스마트’한 소비자일 뿐이다. 설계가 그렇게 됐기 때문이다.
몇몇 지자체는 일정 기간 안에 쓰면 추가로 환급을 하며 조기 사용을 유도하는 곳이 있고, 취약 계층이 소규모 업소를 이용하면 캐시백을 늘려주기도 한다. 발행 규모를 늘리고 할인율을 올리는 것보다 지역 사정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촉진법에 따르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강화가 발행 목적이다. 소비자의 편의성에만 초점을 두고 할인율을 높이면 결국 선심성 정책이 확대되고 재정 소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광명시의 사례처럼 할인율을 높이면 산 사람과 못 산 사람 간의 형평성 논란은 확대되고, 지역 공동체 정신도 훼손되고 말 것이다.
김원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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