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의 시시각각] 새 정권, 특별감찰관 임명 서두르길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가족 문제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인사 청탁 및 이권 개입 의혹과 관련해 사저를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통일교 측이 2022년 김건희 여사 선물용으로 전씨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목걸이를 전달했는데, 이 목걸이가 실제로 김 여사에게 전달됐는지 검찰이 확인하는 절차였다.개인적으로는 국법이 지엄한데 영부인이 그런 고가의 뇌물을 받았을 것이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배달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목걸이가 진짜로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고 해도 아주 놀라진 않을 것 같다. 목걸이나 명품 백이나 거기서 거기니까.

지난달 24일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 당했다. 전 사위 서모씨가 2018년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해 2억여원의 급여ㆍ주거비를 받은 게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서씨 취업에 관여한 게 없다고 반발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때 이 전 의원이 김정숙 여사와 각별한 사이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두고 봐야 한다.
가족 때문에 궁지에 몰렸던 대통령은 두 사람만이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총애하던 차남이 구속 당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 아들이 모두 기소돼 유죄를 받는 참사를 겪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77세의 고령인 친형이 구속되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검찰 수사를 받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친족처럼 지냈던 최순실씨의 허튼 짓 때문에 정권이 어이없이 무너졌다.
윤석열ㆍ문재인 가족 문제로 곤경
매번 ‘나는 다르겠지’ 하다가 비극
특별감찰관 9년 공석 이젠 끝내야
매번 ‘나는 다르겠지’ 하다가 비극
특별감찰관 9년 공석 이젠 끝내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4월 25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남북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에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2/dd0be88d-150d-4a03-8d2a-f3cd88c9629a.jpg)
그래서 가족 문제를 대통령 개인의 판단에만 맡기는 건 매우 위험하며 시스템에 의한 보완책이 꼭 필요한데, 놀랍게도 이미 그런 제도가 도입돼 있다. 바로 특별감찰관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비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직위다. 하지만 2016년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직한 이후 무려 9년째 자리가 비어 있다. 제도가 없어진 게 아니다. 엄연히 특별감찰관법이란 법률은 살아 있다. 사무실 임차료 등으로 매년 10억원에 가까운 예산도 배정된다. 그런데도 9년째 공석이란 게 말이 되나.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을 철저히 무시한 채 넘어갔고, 윤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엔 특별감찰관 부활을 약속해 놓고 취임한 뒤 입을 씻었다. 두 사람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했더라면 지금 가족 문제로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권의 운명 자체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물론 대통령 입장에선 특별감찰관은 불편한 존재다. 그래서 임명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그런 성가신 가시를 박아 놔야 권력의 자정과 절제가 가능해진다. 다음 달 취임할 새 대통령은 윤ㆍ문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특별감찰관 임명을 서두르길 기대한다. 새 대통령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질질 끌면 그 정권도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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