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컴퓨터가 파란색”…디지털 문맹 문제 해결하려면 [트랜D]
“컴퓨터가 갑자기 파란색(블루스크린)이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니?“ “공인인증서 발급받아야 하는데 무슨 메뉴를 눌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부모님의 이런 다급한 연락, 누구나 한 번쯤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자식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카페나 식당에서도 키오스크 앞에서 서성이는 노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터치스크린 화면 앞에서 메뉴를 찾지 못해 당황하거나 결제를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 디지털 기술이 모두를 위한 편의가 아니라 일부에게는 장벽이 될 수도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상적인 장면들은 모두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격차를 드러냅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정보를 이해하고 필요한 기능을 찾아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디지털 리터러시는 생활의 편의를 넘어서, 생존을 위한 필수 소양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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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세대 문제 아니다…보편 문제 된 디지털 문해력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최근 일어난 SKT 유심 해킹 사건입니다. 유심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심각한 사건이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유심 변경이나 PIN 설정과 같은 보안 조치를 어떻게 하는지 알기 어렵고, 전용 앱에 접속하는 메뉴를 찾기부터 쉽지 않습니다. 빠른 조치와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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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해력 향상 위한 현장 교육부터 AI 맞춤형 기능까지
해외로 눈을 돌리면, 디지털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혁신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이 개발한 ‘인터치(Intouch)’라는 서비스는 AI 음성 비서 ‘메리(Mary)’를 통해 고령자에게 매일 5~10분간 전화 통화를 제공합니다. 이 서비스는 고령자의 정서적 안부를 확인하고 가족에게 요약 리포트를 전달하여 고립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뉴욕주에서는 ‘조이(Joy)’라는 TV 기반 AI 동반자가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고령자의 TV를 스마트 케어 허브로 전환해 대화·인지 게임·약 복용 알림 기능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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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드는 맞춤형 리터러시 교육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 역시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를 조작할 때 복잡한 메뉴를 터치로 찾는 대신, “건강보험 조회해줘” “세금 납부 메뉴 열어줘”처럼 말로 명령하는 방식은 고령층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복잡한 기술을 자연스러운 인간 언어로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모바일 앱 자체도 사용자 친화적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큰 글자·명확한 색상 대비·직관적인 버튼 배열·음성 안내 기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특히 정부 관련 서비스 앱은 이러한 ‘쉬운 모드’를 의무적으로 지원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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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사람에 맞춰야…문해력은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디지털 격차 해소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며,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발판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기술이 인간을 돕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고민과 실천을 이어가야 합니다.
트랜D([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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