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악이 없다”더니, 마음껏 악 지른 42세 방출 이적생…146km 건재함 과시, 낭만야구 시작이다

두산 베어스 제공
[OSEN=잠실, 이후광 기자] 경기에 앞서 “두산은 악이 없다”라고 쓴소리 한 42세 방출 이적생이 데뷔전에서 마음껏 악을 지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베테랑 좌완 고효준(42)은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6차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SSG 랜더스 시절이었던 지난해 4월 18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 이후 378일 만에 통산 57번째 홀드를 챙겼다.
고효준은 3-1로 앞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 데뷔전이 성사된 순간. 첫 타자 권동진을 상대로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8구까지는 승부를 펼쳤지만, 몸쪽 146km 꽉 찬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고 포효했다. 이어 황재균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가운데 강백호를 6구 승부 끝 2루수 땅볼 처리,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고효준은 이번에도 포효 세리머니를 펼치며 백전노장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고효준은 42세 2개월 23일에 탈삼진과 함께 홀드를 수확하며 베어스 역대 최고령 등판, 홀드, 탈삼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종전 최고령 등판과 탈삼진은 1996년 9월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박철순(40세 5개월 23일), 최고령 홀드는 2022년 6월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이현승(38세 8개월 4일)이었다.
리그 전체로 보면 최고령 등판은 한화 송진우(43세 7개월 7일), KIA 최영필(43세 18일), 최향남(42세 5개월 30일), LG 류택현(42세 5개월 11일), KIA 임창용(42세 4개월 8일)에 이어 6위다. 최고령 홀드 기록은 2009년 4월 11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나선 한화 송진우(43세 1개월 26일)가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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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지난달 17일 방출생 신분인 고효준을 총액 1억 원(연봉 8000만, 인센티브 2000만)에 영입했다. 좌완 불펜 뎁스 보강을 위해 무직 신분인 42세 베테랑 투수에 긴급 SOS를 요청했다.
고효준은 4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엿새 동안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입단테스트에 참가, 42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최고 구속 147km 강속구를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고효준의 구위는 기대 이상이었다. 23일 고양 히어로즈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를 시작으로 26일 한화 이글스전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29일 SSG 랜더스전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1군 복귀 준비를 마쳤다. 3경기 3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의 안정감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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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준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두산은 과거 악이 있던 팀이었다. 적으로 만났을 때 7, 8, 9회가 투타 모두 강하고 무서웠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없어졌다. 나부터 솔선수범해서 악을 갖고 파이팅 있게 하려고 한다”라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는데 실제로 마운드에서 ‘악’을 발산하며 후배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42세의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한 고효준은 향후 두산 불펜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감독은 “고효준이 몇 개월 동안 실전이 없었으니 얼마나 던지고 싶었겠나. 고효준이 들어오면서 왼손타자는 물론 오른손타자도 막아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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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광([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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