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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4만 원’ 자리도 없어서 못 한다…”경제 살린다”지만 “돈이 있어야 쓰죠”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시 외곽 마쥐차오 인력시장에 새벽 3시쯤부터 구직자들이 몰렸다. 사진 이도성 특파원

“온종일 앉아 있어도 일을 못 구할 때가 많아요. 대부분 계약서도 없고 보험도 들지 않은 일인데도요.”

지난달 30일 새벽 중국 베이징(北京)시 외곽 마쥐차오(馬駒橋)에서 만난 장광타오(33)의 말이다. 허난(河南)성 출신인 그는 인근 쪽방촌에 살면서 매일 이곳에 나와 일자리를 찾는다. 이날도 새벽 3시부터 한 인력소개 업체 앞에 앉아 우두커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로 불 꺼진 업체 벽면엔 하루 8시간 근무에 일당 190위안(약 3만 7000원)짜리 포장 작업 인부를 구한다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시 외곽 마쥐차오 인력시장에 위치한 인력소개 업체 앞에서 구직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이도성 특파원


군마 키우던 마장이 최대 규모 인력시장으로

마쥐차오는 베이징 최대 규모의 인력시장이다. 군마(軍馬)가 될 망아지를 키우던 마장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수백 명의 뉴마(牛馬·’먹이’를 위해 쉴 새 없이 일해야 하는 소와 말에 비유해 노동자를 일컫는 신조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주로 공장과 공사장에서 일할 인부를 뽑는다. 당일 근무를 마친 뒤 곧바로 일당을 현금으로 받아가는 방식이다. 길거리 한쪽에 인력소개 업체 20여 곳이 몰려 있고 그 앞으로 구직자들이 장사진을 친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어림잡아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시 외곽 마쥐차오 인력시장에 위치한 한 인력소개업체에 붙은 구인공고. 사진 이도성 특파원


일당 4만 원인데…"일주일에 절반도 못 해"

새벽 5시가 넘어서야 구인 업체 관계자들이 하나둘 마쥐차오로 찾아왔다. 업종, 일당, 근로시간 등 업무 조건을 외치자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면접은 즉석에서 이뤄진다. 나이와 경력 등을 묻고는 그 자리에서 인원을 선별했다. 공구 가방이나 안전모 등을 미리 준비한 사람들도 있었다. 간이 채용 과정에 합격한 노동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인근에 대기 중인 승합차에 탑승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시 외곽 마쥐차오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이 승합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이도성 특파원
동이 트고 밝은 빛이 거리 전체를 비출 때까지 채용 작업은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하다. 일당을 비싸게 부르는 업체 관계자 앞엔 수십 명이 몰리며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전 7시쯤엔 일당 170위안(약 3만3000원)짜리 공사장 인부 자리가 남았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고 싶었던 사람들은 버티다 못해 손을 들었다. 몸을 덜 힘든 경비원 자리는 일당 120위안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경비원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노동자는 “대부분 더럽거나 힘든 일인데 일주일에 2, 3번밖에일하지 못한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몇 년째 여기서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안 좋다”며 “해마다 상황이 악화하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시 외곽 마쥐차오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구인업체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이도성 특파원


3000원 일세에 공용 화장실 살이

구인 업체들이 모두 돌아가자 마쥐차오 곳곳에선 한숨이 터져 나왔다. 끝내 일거리를 얻지 못한 이들은 뒷골목 쪽방촌으로 돌아가거나 노상에 앉아 술을 마신다. 인근 골목 2층짜리 건물들엔 일세(日貰)방을 놓는다는 표지판이 붙었다.

방 전체를 혼자 쓰면 하루 35위안(약 7000원), 공용 침실에서 침대 하나만 쓰는 경우는 하루 15위안(3000원) 이상으로 가격대가 형성됐다. 최대 4인까지 함께 쓸수록 가격은 낮아진다.

골목 한쪽엔 커튼도 없는 방에 2층 침대 2개가 놓여 있었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뒀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시 외곽에 위치한 마쥐차오 인력시장 인근 쪽방촌.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방은 하루 15위안(약 3000원)부터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사진 이도성 특파원.

일부 건물엔 공용 화장실마저 없다. 개인 욕실이 있는 방은 추가금을 내야 한다. 그럴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은 온 동네가 함께 쓰는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봐야 한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변기칸 안에선 얼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휴대전화 화면을 쳐다보며 용변을 해결하고 있었다.

인근 식당들은 10위안(약 2000원)도 되지 않는 한 끼 식사를 팔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10여 년 전 중국으로 돌아간 기분까지 들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시 외곽에 위치한 마쥐차오 인력시장 인근 쪽방촌 골목 모습. 사진 이도성 특파원.


도시 실업률 5%대…"고용 위해 13조 원 보조금"

지난달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도시 지역 실업률이 5.2%라고 발표했다. 2년 만에 최고치였던 전월(5.4%)보다는 다소 하락했다. 5%대라는 수치는 일주일에 절반도 돈을 벌지 못한 ‘마쥐차오뉴마’들에겐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숫자다. 베이징 시내에선 찾아볼 수 없는 노숙인들도 마쥐차오엔 한 골목 건너 한 명씩 보였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 와중에도 올해 목표인 ‘5% 안팎’ 경제 성장률을 자신하는 중국 당국은 고용 안정과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최고 경제계획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상무부, 인민은행 등이 참석한 지난달 28일 합동 기자회견에서는 중앙정부의 고용 안정 보조금 667억 위안(약 13조 원) 지원책이 발표됐다.

위자둥(俞家棟) 인적자원사회보장부 부부장은 "기업 지원을 강화해 고용을 유지하고, 실업자들의 창업을 장려하는 정책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도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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