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나 저러나... 우승 트로피 노리는 토트넘 포스텍의 다짐, "팬들 너네, 패배자 마인드 버리고 우승 응원해"
[OSEN=이인환 기자]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팬들의 패배주의자 마인드를 질타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위해 하나로 뭉칠 것을 당부했다.토트넘 홋스퍼는 오는 4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어 9일에는 노르웨이 원정길에 올라 보되/글림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 2차전을 치른다. 앞선 1차전 홈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2차전이 예상된다. 2차전이 열리는 보되/글림트의 홈은 스위스 영보이즈와 함께 유럽리그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조 잔디 구장이다. 실제로 보되/글림트는 이번 시즌 자국 리그 홈에서 무패를 자랑하고 있기에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정은 토트넘의 시즌을 가를 분수령이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 손흥민은 여전히 실전에 나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현재 상태에 대해 "회복 중이지만 아직 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하지만 2차전까지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손흥민은 지난달 11일 열린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에서 80분을 소화한 이후, 통증 재발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그가 출전하지 못한 기간 동안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 포함 총 5경기를 치렀지만, 손흥민은 모두 명단에서 빠졌다.
홈에서 열린 보되/글림트와의 4강 1차전에도 벤치에 앉아 있었지만, 출전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사복 차림으로 응원을 이어갔고, 골이 터질 때마다 벤치에서 먼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구단은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SONNY, 우리의 모든 것(Sonny is everything)"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 모습을 공유했다.
감동적인 장면이 곧 복귀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회복이 예정보다 더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 의학 전문가 라지팔 브라르 박사는 "발 부상은 재활이 까다로운 영역이다. 손흥민은 아직 본격적인 팀 훈련에 복귀하지 못했고, 적어도 향후 1주일 간은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브라르 박사는 "손흥민처럼 폭발적인 움직임과 압박을 요구받는 선수는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수준이더라도 강행 출전이 자칫 시즌 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복귀 시점을 두고는 구체적인 일정 대신 '결승'이 언급됐다.
토트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는 2일 개인 채널을 통해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결승전에는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는 4강 2차전 출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결국 손흥민은 남은 시즌에서 '타이밍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실전 감각은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토트넘은 그를 끝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결승 무대를 복귀전으로 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지만, 토트넘이 결승에 진출해야만 가능한 그림이다. 웨스트햄전 직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좋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은 개별훈련에만 임하고 있다. 잔디를 밟았지만, 지켜봐야 한다"라며 다음 리그 경기는 물론, 유로파리그 2차전 출전은 불투명하다고 직접 이야기했다.
손흥민 외에도 부상 병동은 확대되고 있다.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은 최근 훈련 중 발목 인대가 손상되면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그는 최근 구단과 2031년까지 장기 재계약을 체결했지만, 4강 1차전 출전 명단에서도 빠졌다. 이외에도 제임스 매디슨(무릎), 도미닉 솔란케(허벅지) 역시 경미한 웨스트햄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베리발의 시즌 아웃에 손흥민의 복귀 연기까지. 설령 보되/글림트전을 이겨내더라도 결승에서는 아슬레틱 빌바오(스페인)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영국)의 승자가 기다린다. 특히 맨유가 빌바오 원정에서 3-0 대승을 거둔 것을 생각하면 손흥민의 공백과 베리발의 부재는 큰 악영향이 될 수 있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질을 앞둔 탓인지 인터뷰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토트넘 팬들의 부정적인 분위기에 대해서 "토트넘이라는 팀을 직접 따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 구단을 둘러싼 담론은 대부분 비관적이다. 이는 오랫동안 누적돼온 문제이며, 우리가 반드시 깨어야 할 벽"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토트넘의 경우 연이은 후반 실점이나 우승컵을 앞두고 무너지는 징크스 때문에 토트넘스럽다(Spussy)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보되/글림트전에서 후반 막판 실점이 나오자 경기장 전체가 긴장과 불안에 휩싸였다. 이는 토트넘을 오래 지켜본 이들이 '이번에도 또 무언가 잘못될 것'이라고 먼저 떠올리는 분위기 때문"이라며 "2008년 이후 무관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팬들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팬들은 수차례 우승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좌절을 겪었다. 그래서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기보다 미리 실망하지 않으려는 경계심이 뿌리 깊다. 하지만 그런 심리는 절대 승자의 태도가 아니다”라면서 "진정한 승자들은 '무엇이 잘못될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오직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만 집중한다. 나는 선수단에 그 철학을 주입하고 있다"라며 자기 철학을 분명히 했다.
이러자 저러나 유로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토트넘의 21세기 감독 중 최고의 기록을 남기는 것. 포스테코글루는 "실패를 예상하는 순간, 실제로 그렇게 된다. 그래서 나는 부정적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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