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은퇴' 워런 버핏, 北 겨냥 "세상 파괴할 9번째 국가"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94)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이 3일(현지시간) 올해 말 은퇴를 선언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려온 버핏 회장의 은퇴를 선언하며 던진 화두는 “무역이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비판한 말로 해석된다.
버핏 회장은 이날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의 60번째 연례 주주총회에서 “4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그레그 아벨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이 올해 말부터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도록 추천하겠다”며 자신의 은퇴 계획을 공식화했다.
버핏 회장은 2021년 아벨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하면서도 은퇴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그의 사후에야 아벨 부회장이 CEO를 맡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버핏 회장은 은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번복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날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말은 각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 분야에 집중해 무역을 확대해야 모두가 번영할 수 있다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강조한 말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초고율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버핏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금융시장에도 비상식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금은 극적인 베어마켓(약세장)이나 그런 게 아니다”라며 “특별히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사람들이 감정이 있다는 걸 알지만, 감정이 투자를 좌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하락할 경우 겁먹고, 시장이 오를 때 흥분하는 사람이라면 주식시장은 참여하기에 끔찍한 곳”이라는 당부도 남겼다.
버핏 회장은 자율 주행차 등 기술 발전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걱정해야 하는 건 불행하게도 우리가 세상을 파괴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라며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버핏 회장은 “세상을 파괴할 수 있는 국가가 8개 있고 아마 9번째가 생길 수 있다”며 “각 9개 국가, 또는 9개 국가 중 일부에는 내가 보기에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국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에는 자기 머리 스타일을 비판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남자가 있다”며 “북한이 핵무기가 왜 필요한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버핏 회장은 언급한 8개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핵보유를 공인받은 5개국과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 ‘사실상’ 핵을 보유한 국가를 의미한다. 그가 말한 ‘9번째 국가’는 북한을 지칭한 말로 해석된다.

한편 올해 말부터 버핏 회장의 후계자가 될 그레그 아벨(62)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은 캐나다 에드먼턴의 노동자 계층에서 성장하며 학창 시절 빈병을 줍고 소화기에 소화 용액을 채우며 노동의 가치를 배운 인물이다. 연방하원 4선 의원을 지낸 부친 밑에서 자랐지만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잡화점에서 일하고 신문 배달을 하며 스스로 투자자금을 모은 버핏의 어린 시절과 유사하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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