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선 죽쑤던 좌파 살렸다…남의 나라 선거판 흔드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에 따라 전 세계 주요 선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와 캐나다에선 인기 없는 중도좌파 집권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 덕에 지지율이 급반등해 보수 야당을 꺾었다. 불과 5일 전 캐나다에 이어 3일(현지시간) 호주 총선에서 이런 흐름이 '판박이'로 재연된 것이다.
이날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개표율 77% 상황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하원 150석 중 85석을 이미 차지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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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저가형 트럼프 싫어"…중도층 피로감 상당
그러나 트럼프발 '관세전쟁' 때문에 호주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더튼의 인기는 사그라들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더튼에게 '테무 트럼프(저가형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전했다.
중도층의 피로감과 소외감도 상당했다. 폴리티코는 "호주 우파들이 중도 유권자를 소외시킨 결과, 청년층과 여성 유권자 지지율이 급락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호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미국을 안보동맹국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6월의 39%에서 크게 올라간 수치다. 또 10명 중 7명은 트럼프가 자신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캐나다에 이어) 또 다른 세계 지도자(앨버니지 총리)를 선거에서 띄워줬다"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자유당·국민당 연합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더튼 대표가 의원직마저 상실해 5일 전 캐나다 보수당이 처한 운명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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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도 "안정 주력"
제1 야당인 노동자당(WP)은 10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싱가포르에서 여당이 이긴 건 트럼프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유권자들이 안정을 택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로런스 웡 총리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위기를 강조하며 안정적인 여당을 지지해달라 호소했는데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BBC는 "싱가포르인들은 세계적 혼란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PAP를 향해 '안전한 비행'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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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트럼프 패라지는 선전
2일 개표가 완료된 런콘·헬스비 하원의원 보궐 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의 세라 포친 후보가 38.72%로 집권 노동당의 캐런 쇼어(38.70%) 후보를 6표 차이로 제쳤다. 이로써 지난해 처음 의석 4개를 획득해 하원에 진출했던 영국개혁당은 하원에서 5석을 확보하게 됐다.
영국을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의 길로 이끈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며 반(反)이민, 반유럽통합을 내걸었다. 이번 선거 공약도 이민 단속 강화, 지역 지출 삭감 등이다. 영국개혁당은 개표 중인 지방선거에서도 선전했다. 6개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았는데, 이 중 현재까지 결과가 발표된 4개 지역은 노동당 당선 3곳, 영국개혁당 당선 1곳이다. 영국개혁당이 지자체장을 배출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트럼프와의 친분이 반드시 선거에서 불리한 건 아니다. 지난달 에콰도르 대선에서 재선 고지에 오른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트럼프와 우호 관계라는 이미지가 승리에 도움이 됐다. 이달 치러질 루마니아 대선에선 극우 성향의 제오르제 시미온 결속동맹(AUR)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다. 시미온 대표는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힐 만큼 친트럼프 성향이 강하다.

한편 캐나다의 국가 원수를 겸하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오는 26~27일 캐나다를 방문해 의회 개원식(27일)에서 국정 연설에 나선다. 그간 찰스 3세는 직접 트럼프의 위협에 반박하는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캐나다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호감을 가진 찰스 3세가 캐나다 주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더 분명하게 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영국의 한 매체가 "미국이 영연방에 준회원국으로 초대될 수 있다"고 보도하자, 소셜미디어에 "나는 찰스 국왕을 아주 좋아한다. 내게는 괜찮게 들린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유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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