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의 이코노믹스] 원화가치 절상 땐 외환보유액 감소 등 후폭풍 올 수도
관세 협상 테이블에 오른 통화정책, 대응 전략은

무역적자 늘면 관세 지렛대 삼아
상대국 환율 조정 강요했던 미국
한·미 관세 협상에도 환율 포함
미, 약달러 위한 협력 요청할 수도
내수 회복 위해 재정지출 늘리고
금리 인하 및 대출 규제 완화 필요
상대국 환율 조정 강요했던 미국
한·미 관세 협상에도 환율 포함
미, 약달러 위한 협력 요청할 수도
내수 회복 위해 재정지출 늘리고
금리 인하 및 대출 규제 완화 필요
앞으로 글로벌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만날 수 있다. 관세 부과는 세계 무역을 위축시켜 수출을 줄여서 경기를 침체시키게 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 또한 위축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정치적 혼란과 고금리로 내수 침체가 심각한 가운데 관세로 수출까지 감소할 경우 경제 성장률은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성장률 둔화 또한 한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요인이다.
이미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2%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0%에서 1.0%로 낮췄으며 미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성장률 둔화로 인한 경기 침체는 금융 부실 확산과 자산 가격 버블(거품) 붕괴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 중국에 자본 자유화 등 요구할 듯
관세 전쟁 뒤에 올 환율 전쟁도 문제다. 미국은 무역 적자가 확대될 때마다 무역 상대국에 대해 지금처럼 높은 관세 부과를 경고하면서 실제로는 환율 조정을 선택하게 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관세 부과는 미국 내 물가를 직접적으로 올리고 미국 수입업자가 관세를 부담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반면 무역상대국 통화 가치를 평가 절상할 경우 무역 상대국의 수출업자가 그 부담을 지게 된다. 또한 수출 기업이 평가 절상분을 이윤감소로 흡수해 수출 가격에 부분적으로 전가하거나 점진적으로 수출 가격을 올려 미국 내 가격 상승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관세 부과 시 우려되는 보복 관세도 피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번에도 미국은 한·미 통상 협상의 협력 과제로 환율과 통화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도 환율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커지자 미국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과 환율 조정을 요구했지만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이번 관세 전쟁의 배경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관세를 인하하는 대신 자본 자유화와 환율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위안화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한국의 원화 또한 평가 절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가치가 평가 절상될 경우 수입 물가가 낮아지는 이점은 있으나 수출이 크게 줄어 경기 침체가 심화하며 과거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환율 변동성 커질 우려
미국이 통화 정책 협력을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역 상대국이 미국의 관세 정책을 무력화할 전략에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올리는 방법과 일본의 아베노믹스처럼 저금리 정책으로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방법이 있다. 외환시장 개입의 경우는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할 수 있지만, 국내 정책인 저금리 정책은 미국도 대응이 쉽지 않다. 이번 한·미 통상협상에서 미국이 통화정책 협력을 제안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배경이다.

원화가치를 평가 절상하는 환율 및 통화정책 협력에 신중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중·일 3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낮아지지 않는 데에 대해 환율 조작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한국과 일본은 변동 환율제도를 선택하고 있어 시장에서 환율이 결정된다. 또한 미국과 양국의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 외에도 두 나라의 경제와 정치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협상 당국은 국내 정치적 혼란과 중국의 추격으로 인한 산업 경쟁력의 약화, 대미 투자 증가로 달러 수요가 늘어난 영향임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플라자합의 때와 달리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강조해야 한다. 중국은 바스켓 환율 제도를 선택하고 있어 환율 조정이 가능하다. 한국과 일본도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낮출 수 있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의 펀더멘탈(기초 체력) 약화가 지속되는 한 시장에서 환율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고, 결국 환율의 변동성만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환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액만 감소하며 대외신인도까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입 비중 낮은 품목 비관세 장벽 철폐
역사적으로 금리 정책에 대한 협력을 보면 미국은 1987년 루브르합의에서 일본의 저금리 정책과 주요 6개국(G6)의 확대 재정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거시 경제 정책 협력을 추진한 적이 있다.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이 확대 정책을 사용해 세계 경기를 견인토록 하는 이른바 ‘기관차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나친 가치 하락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이번에도 달러 약세를 위해 금리를 비롯한 통화 정책 협력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당국은 국내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대미 무역흑자 폭이 과도하게 줄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목적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때문에 대미 무역흑자국과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역 상대국의 흑자 폭을 줄이는 데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과의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흑자를 제로(0)로 만들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과거 트럼프 1기 때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를 200억 달러 대에서 100억 달러대로 절반 정도 줄였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흑자 폭은 600억 달러대에 달하고 있다. 과도한 흑자 폭 축소는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성장률을 둔화시킨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출 감소보다 에너지와 농축산물 수입 증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고, 수입 비중이 크지 않은 품목의 비관세 장벽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대신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서 관세를 인하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관세 이후 환율전쟁 효과적 관리해야
중국에 대한 통상 전략도 중요하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에 달한다. 미·중이 지금과 같이 패권 경쟁을 하기 전에는 미국과 중국과의 교역에서 모두 흑자를 내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와 정치 여건이 변했다. 중국의 기술력 발달로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으며 대신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 폭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간 갈등 구조 아래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경우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심해질 우려도 있다. 달라진 무역 환경에 대응하는 정책 당국의 정교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한·미 관세 협상은 그 후폭풍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관세 부과로 수출이 감소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내수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또한 관세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외화보유액을 소진해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관세 협상은 미·중 패권 경쟁과 무역 분쟁 중에 진행되고 있어 그 영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의 추격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국 경제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도한 성장률 둔화를 막고 관세 전쟁 뒤에 올 환율 전쟁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와 경제 위기를 겪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올바른 정책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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