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문수, 탄핵의 강은 어떻게 건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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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때 득 본 보수전사 이미지, 본선에선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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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사태 반성하고 새로운 보수 비전 제시해야
그러나 앞으로 그런 강경 이미지는 김 후보가 대선 행보를 할 때 족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최종 경선은 탄핵 반대파(김문수)와 탄핵 찬성파(한동훈)의 대결이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에선 61.25%(24만6519표)를 얻어 38.75%(15만5961표)의 한 후보를 22.5%포인트 차로 크게 앞섰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선 김 후보 51.81%, 한 후보 48.19%로 고작 3.62%포인트 차밖에 나지 않았다. 강경 보수파 위주의 당원투표와는 달리 여론조사엔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무당층도 상당수가 참여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차치하더라도 대선 승부의 열쇠를 쥔 중도·무당층에서도 탄핵 찬성 여론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다.
결국 김 후보가 멀찌감치 앞서 가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추격하려면 중간지대의 탄핵 찬성층을 흡수하는 방법 말곤 없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이번 경선 기간 내내 탄핵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출당에도 선을 그었다. 이런 기조로 김 후보가 어떻게 탄핵의 강을 건너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보수 진영의 최대 현안인 김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의 단일화도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다. 108석의 공당이 대선후보를 뽑았는데 어떤 명분으로 다시 당 밖의 후보와 연장전을 치러야 하는가. 단일화 시한은 언제고, 경선 룰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만약 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경우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나 아니면 당명을 바꿔 출마하나. 두 후보가 이런 문제들을 잘 조율하지 못하면 단일화는 찻잔 속 태풍이 되고 만다.
보다 근본적으로 두 후보 단일화는 단순한 선거공학으로 끝나선 안 되며,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성찰하고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제시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멤버였다. 무작정 반이재명만 외치는 게 능사가 아니다. 탄핵 사태를 철저히 반성하고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먼저다. 그래야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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