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어도 임금 그대로?…“주4.5일제, 중기는 못 버텨”
━
대선 공약 검증

민주당 안은 간단치 않다. 법정 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이어서다. 이 후보는 4.5일제를 언급하며 “기존의 임금 등 근로조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기업들은 ‘부담을 왜 기업에 전가하느냐’고 반발한다. 줄어드는 근로시간만큼 사람을 더 뽑거나,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소수 대기업을 제외하면 주 4.5일제를 실시하기 어렵다’(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게 대체적인 목소리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해외 생산 확대 등 대응 수단이라도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연장근로수당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해외 사례는 있다. 2015년 공공부문에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한 아이슬란드에선 근로자 삶의 질과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됐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22년 연방 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4.5일제(주 36시간)를 전면 도입했다. 다만 아이슬란드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7% 수준이고, 인구도 40만 명에 불과하다. UAE는 대표적인 산유국이다.
다른 나라는 대부분 근로시간을 손대지 않고, 근로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차원에서 주4~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벨기에가 2022년 공식적으로 도입했고, 영국·일본·뉴질랜드도 실험을 진행했다. 임금 감소를 동반하면 참여율은 크게 떨어진다.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2021년 임금 15%를 줄이며 근로시간을 단축하려 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도 장시간 근로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엔 동의한다. 다만 ‘법정 근로시간이 아닌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박 교수는 “실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쉽게 말해 이번 주엔 일하고, 다음 주엔 쉬는 게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하루 근로시간이 한국과 똑같은 8시간이지만 6개월 평균 8시간이 기준이다. 일본 역시 연장근로 상한을 월이나 연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거용으로 4.5일제를 앞세울 게 아니라 근로자의 재량권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독일의 근로시간저축계좌제 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밝혔다.
장원석.김연주([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