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거래 트면 쭉 간다…북미 '빌트인 왕좌' 노리는 삼성·LG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중심인 한국 기업에 B2B 시장은 아직 '험지'다. 그간 삼성과 LG가 생활가전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파워가 B2B 시장에선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B2C 판매와 달리 B2B 시장은 건설업자를 통해야 하기에 판로부터 새로 뚫어야 한다. 그간 북미 빌트인 시장은 월풀(미국)·제너럴일렉트릭(중국이 인수)·울프앤드서브제로(미국)·밀레(독일) 등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주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빌트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포화 상태인 B2C 시장 외에 새로운 시장 활로를 개척할 수 있어서다. B2B 시장은 일괄 수주형 시장이기 때문에 단가가 높고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다. 또 초기 시장 진입 장벽은 높지만 한 번 거래를 시작하면 장기로 이어져 락인(Lock-in, 잠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빌트인 시장 규모는 올해 645억 달러(약 93조3500억원)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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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자체 브랜드, 삼성은 M&A

접근 방식엔 차이가 있지만 양사의 공통점은 ‘초프리미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가전보다 5배에서 많게는 10배가량 비싼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고급 주택 시장의 성장과 함께 수요는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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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프리미엄에 ‘10년 베팅’…결과는

데이코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데이코 매출이 인수했을 때와 비교해 2배 이상 성장했다(2022년 기준)고 밝혔다. 지난 1일 미국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데이코의 냉장고 5종이 ‘빌트인 프렌치도어(4도어)’ 부문 평가에서 상위 1~5위를 모두 휩쓸었다.
지난해부터 주택 건축업자(Builder·빌더)를 겨냥해 빌더 전문 영업 조직 ‘LG 프로 빌더’를 만든 LG전자는 올해 빌트인 가전 브랜드명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에서 SKS로 새단장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디자인·건축박람회 ‘DCW 2025’에 참석한 류재철 LG전자 HS 사업본부장(사장)은 “미국 가전 시장에서 빌더를 통한 빌트인 B2B 시장이 약 20%를 차지한다. 지난해 간담회에서 3년 이내에 B2B 시장 톱3에 들겠다고 했고, 지금 그 궤도에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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