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맞서 중·러 연대 과시…김정은도 '3각 공조 굳히기' 속도
오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일, 이른바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미 연대를 과시할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해당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권력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최측근을 보내 막후에서 북·중·러 3각 공조 강화를 꾀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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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해 파견…"'원오브뎀' 안 하겠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당초 시진핑-푸틴-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스트롱맨 3인이 트럼프를 상대하는 그림이 만들어질지가 관건이었는데 결국 불발됐다"며 "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원 오브 뎀'(one of them, 여러 사람 중 하나)으로 서기는 싫다는 게 김정은식 주체 외교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최용해를 대신 보내 파병에 대한 '피의 대가'를 받아내는 실무 논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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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열병식 참석 여부도 주목
북한이 이번 러시아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막후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는 건 향후 대미 협상력 강화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북·중·러 3각 공조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에서다. 김정은은 2023년 7월 자신들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7월 27일) 열병식 주석단에서 당시 중국의 리훙중(李鴻忠)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나란히 섰는데, 이런 3각 연대의 틀을 보다 견고히 다지려 할 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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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전략적 소통·협력" 약속
이런 가운데 중·러는 곧 모스크바에서 열릴 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며 관계 심화를 예고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4일(현지시간) 양국 정상이 "포괄적 동반자 관계와 전략적 협력을 한층 더 발전하고 국제·지역 의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양자 관계 관련 여러 문서에도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도 양국 정상이 "새로운 정세 하의 중·러 관계 발전과 일련의 국제·지역의 중대 문제와 관련해 전략적인 소통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전승절 행사에 불참하면서 북·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김정은이 단독으로 러시아 답방을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를 확보하고 북·러 간 조약을 바탕으로 한 혈맹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목적에서다. 종전을 앞두고 더 큰 보상을 얻기 위해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층 깊숙이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 프레스는 3일(현지시간) "조만간 북한군이 동부전선으로 배치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군 사령부의 판단을 전했다.
박현주.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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