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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딴맘 먹었나" 金측 "쿠데타"…한밤 회동뒤 "선대위 구성" 봉합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날이자 부처님 오신 날인 5일 국민의힘은 평화롭지 못했다.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놓고 김 후보 측과 당 주류 간 신경전이 온종일 이어졌다. 의원들은 밤늦게까지 의원총회를 열고 수습방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결론 없이 “9일까지는 단일화를 마무리한다”는 공감대 정도만 확인했다. 의총이 진행되는 중에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김 후보를 찾아갔지만 양측은 결론 없이 헤어졌다.

애초 5일엔 단일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김 후보와 한 후보가 행사장에서 처음 만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앞서 5분가량 함께 차를 마셨다. 양측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런 식의 대화였다.

▶한 후보=“이제는 만나야 할 시간입니다. 오늘 중 편한 시간, 편한 장소에서 만납시다.”

▶김 후보=“네, 네.”


두 사람의 만남 직후 한 후보 측은 ‘차담(茶談)’이라 표현했지만, 김 후보 측은 ‘조우(遭遇ㆍ우연히 만남)’란 표현을 썼다. 해석도 판이했다. 한 후보 측은 “큰 전환점”이라고 했는데, 김 후보는 ‘오늘 한 후보를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그냥 말씀만 들었다”라고만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5.5.5.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 측과 당 주류는 이날 1차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당 업무를 주도한다는 ‘당무 우선권’을 놓고 충돌했다. 그간 “한 후보뿐 아니라 이낙연ㆍ이준석 등과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정도로 입장을 밝혀 왔던 김 후보는 이날 오후 작심하고 “후보의 진심을 왜곡하고 당무 우선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지난 3일 후보로 선출된 뒤 3일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 후보에게 당무 협조를 거부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다. 김 후보 측근들도 “5월 3일 오후 4시부로 당무의 전권은 김 후보에게 주어졌다. 당헌ㆍ당규상 불법, 당내 쿠데타”(차명진 전 의원) 같은 거친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러자 이양수 사무총장이 곧장 받아쳤다. ‘당무 우선권에 대한 당헌ㆍ당규상 규정은 이렇습니다’란 언론 공지를 통해서다. 이 총장은 “후보자의 전권을 인정하는 경우도, 후보의 말과 뜻이 당헌ㆍ당규를 뛰어넘는 경우도 없었다”며 “김 후보 측은 당헌ㆍ당규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총장은 김 후보가 쥔 당무 우선권의 피해자 격이다. 김 후보 측은 전당대회 당일 저녁, 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사무총장에 장동혁 의원을 앉히겠다”고 통보했다. 장 의원은 경선 때 김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냈다. 김 후보가 장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밀어붙인 직후부터 당에선 “김 후보가 단일화 대신 딴마음을 먹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날 오전 장 의원이 권영세 위원장의 설득 등으로 내정 이틀 만에 스스로 “사무총장을 안 맡는 게 좋겠다”면서 기류가 확 변했다. 장 의원은 사무총장 자리를 고사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 캠프와 별다른 상의를 안 했고, 캠프 내부 회의에 참가해선 “단일화가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당분간 유임되는 것으로 자연스레 정리됐다.


이 직후부터 김 후보 측의 반발이 거칠어졌다. 김 후보 측은 “후보가 수차례에 걸쳐 사무총장 임명을 요청했는데, 지도부가 이행하지 않아 임명이 불발된 것은 당헌ㆍ당규 위반”이라며 “이 과정에서 단일화 취지가 왜곡돼 유감이다. 단일화는 추진 기구를 통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反)이재명 전선 구축에는 한 전 총리,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 등을 포괄한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단일화 대상으로 삼을 경우 11일 후보 등록 마감 전 단일화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기구 구성을 두고도 엇박자가 이어졌다. 한 후보 측은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단일화 대표단으로 지명했지만, 김 후보 측은 언론 공지에서 “사무총장 임명안 무산과 선대위 회의 미개최로 단일화 추진단 구성은 보류됐다”고 밝혔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단일화에 소극적인 모습이 뚜렷해지면서 김 후보 측의 고립 상태가 짙어졌다. 단일화 협상을 지켜보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한기호 의원은 5일 오전 일부 4선 중진의원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와 한 후보가 원팀이 돼 11일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단일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덕수 출마론’을 주도하며 김 후보 캠프의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은 박수영 의원도 “빨리 단일화하고 이재명을 잡으러 가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한 후보와 단일화를 전제로 김 후보를 도왔던 일부 의원도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분열은 필패다” “사심으로 딴짓을 하면 결단할 것” “죽느냐 사느냐의 순간”이라며 김 후보를 성토하는 글을 쏟아내며 긴급의원총회를 열자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시작된 의총은 김 후보에 대한 성토장이라기보단 조바심을 드러내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양수 총장이 “9일까지 단일화를 마치도록 당론을 정하자”고 제안했으나, 다수가 “지금 당론으로 압박해 봤자 감정만 더 상한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와 쌓인 ‘오해’를 푸는 차원에서 이른바 ‘쌍권’ 지도부가 김 후보 캠프로 향했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기분 좋게 승리 만끽할 여유도 없이 단일화를 압박하니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측의 만남 이후 김 후보 측은 “후보의 당무 우선권은 존중돼야 한다. 중앙선대위, 선거대책본부, 후보가 지명한 당직자 임명을 즉시 완료해야 한다. 그래야 후보 단일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당은 심야 비대위를 열고 선대위 출범 등을 의결했다. 사무총장 교체 여부에 대해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른 시간 안에 후보 측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교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당내 혼란상을 두고 “후보에 선출되면 김 후보가 순순히 단일화에 응할 것으로 확신한 당 지도부의 판단이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니냐”(관련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지적도 있다. 이 관계자는 “김 후보의 경우 자기 의견이 분명하고 고집이 강한 스타일의 정치인임에도 당 지도부가 ‘착한 김문수’만 머릿속에 그리고 치밀한 준비 없이 밀어붙인 것 같다”고 했다.


교착상태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일단 ‘마이 웨이’를 걷고 있다. 김 후보와 한 후보 모두 이날 오후 각각 대선 공보물용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김 후보는 6일부터 1박 2일간 대구ㆍ경북에 머물며 유세한다. 한 후보는 5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했고, 6일엔 이낙연 전 총리와 오찬을 할 계획이다.




김규태.이창훈.성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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