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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발레리나에게 국내 무대는 좁았다

이상은이 요한 잉거의 컨템포러리 발레 ‘워킹매드’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큰 키(181㎝) 때문에 국내에서는 캐스팅이 제한적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도 컨템포러리 작품에 더 깊이 참여하고 싶었어요.”

영국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이상은(39)에게 한국 발레 시장은 좁았다. 선화예고 재학 시절 로잔 콩쿠르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고 19세에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솔리스트로 승승장구했지만, 국내 활동에 한계를 느낀 그는 2010년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으로 소속을 옮겼다. “지리 킬리안과 윌리엄 포사이드의 컨템포러리 작품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15년간 유럽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작업해온 그가 이번에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는 작품은 ‘워킹 매드’(Walking Mad).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안무상을 받은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의 작품으로 모리스 라벨의 곡 ‘볼레로’를 배경 음악으로 인간의 광기와 고립을 그렸다.

한국에 들어와 서울시발레단과 함께 연습 중인 그를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 있는 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오하드 나하린, 윌리엄 포사이드 등 세계적인 컨템포러리 발레 안무가들과 합을 맞춰 온 이상은에게도 ‘워킹 매드’는 각별한 의미라고 했다. “2013년 젬퍼오퍼 발레단에서 언더스터디(대역)로 처음 배웠고, 2016년 수석으로 승급한 후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소 난해하고 실험적인 컨템포러리 발레의 매력은 무엇일까. “미완성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해진 틀 안에서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클래식 발레와 달리 컨템포러리 발레는 미완성의 세계를 안무가와 무용수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작업입니다. 동일한 작품이라도 다른 발레단에 가면 그 무용수들에게 맞게 또 달라지더라고요. 그런 변화를 보는 것도 공부가 됩니다.”

그는 이어 “독일과 영국에서 활동하며 느낀 것은 자체 제작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크다는 점이었다”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태도,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도 접해보려는 개방성과 소개하려는 책임감이 극장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독일에서 이미 ‘수석’ 타이틀을 딴 그가 지난 2023년 영국국립발레단으로 소속을 옮긴 것은 젬퍼오퍼 발레단을 이끌던 애런 왓킨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왓킨 단장은 영국국립발레단으로 자리를 옮기며 이상은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단장님은 다양한 색깔의 무용수들을 선호하세요. 체격이 크든 작든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무용수라면 ‘OK’죠. ‘키가 커서 이 작품은 못 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어요. 각자의 특성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이상은은 후배 무용수들에게 “자신의 속도를 믿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캐스팅이 잘 안 되면 무용수들은 ‘내가 부족한가?’ 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죠. 그런데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만나기도 하더라고요. 각자의 속도가 있는 거니까요.”

이상은이 객원 수석으로 무대에 서는 서울시발레단의 ‘워킹 매드’는 오는 9~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볼 수 있다.





홍지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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