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마켓 나우] 트럼프가 중국에서 ‘건국’이라 불리는 이유

최근 온라인에서는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풍자하는 뉘앙스를 담은 새로운 표기법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建国(건국, Jianguo, 지앙궈)’이다. 발음상으로는 전혀 ‘Trump’를 연상시키지 못하는 ‘건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별칭으로 등장한 것은, 말 그대로 ‘오히려 나라(중국)를 일으켜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인물’이라는 비아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락은 다소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트황상’과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고학력 엘리트층까지 ‘중국 내부만 보면 지금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중국이 완전히 고립되었던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중국과 극적인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며, 적절한 대응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 시기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문제는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상당수 중국인이 대미 수출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내수 진작만으로는 그들의 생계를 지키기에 충분하지 않은 구조적 환경을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공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압박수단으로 미국이 우방국들에 대중국 금융·투자 거래까지 금지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기업에 투자하거나 혹은 중국 자본을 유치한 기업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루머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만약 홍콩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경우, 가뜩이나 싱가포르에 경쟁력을 빼앗기고 있는 홍콩의 금융산업은 급격히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혼란을 넘어 동아시아 금융 산업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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