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뜻 따라야” “빨리 단일화를”…김문수·당 충돌
어린이날이자 부처님 오신 날인 5일 국민의힘은 평화롭지 못했다.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놓고 김 후보 측과 당 주류 간 신경전이 온종일 이어졌다. 의원들은 밤늦게까지 의원총회를 열고 수습방안을 논의했지만 “조속히 단일화를 마무리한다”는 공감대 정도만 확인했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 측의 요청에 따라 이날 밤늦게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상임선대위원장에 권영세 비대위원장, 총괄선대본부장에 윤재옥 의원을 임명하는 내용의 선대위 구성을 의결했다. 또, 단일화추진본부장에 유상범 의원을 임명했으나 양측 갈등의 골이 깊게 패어 후보 등록일인 11일까지 단일화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많다.애초 5일엔 단일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김 후보와 한 후보가 행사장에서 처음 만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앞서 5분가량 함께 차를 마셨다. 양측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런 식의 대화였다.
▶한 후보=“이제는 만나야 할 시간입니다. 오늘 중 편한 시간, 편한 장소에서 만납시다.”
▶김 후보=“네, 네.”
두 사람의 만남 직후 한 후보 측은 ‘차담(茶談)’이라 표현했지만, 김 후보 측은 ‘조우(遭遇·우연히 만남)’란 표현을 썼다. 해석도 판이했다. 한 후보 측은 “큰 전환점”이라고 했는데, 김 후보는 ‘오늘 한 후보를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그냥 말씀만 들었다”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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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선출 이틀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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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딴마음 먹었나” 김측 “쿠데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권성동 원내대표(왼쪽부터)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6/abba0d01-3f5f-4799-8a6d-8402c57c48f1.jpg)
그러자 이양수 사무총장이 받아쳤다. 이 총장은 “후보자의 전권을 인정하는 경우도, 후보의 말과 뜻이 당헌·당규를 뛰어넘는 경우도 없었다”며 “김 후보 측은 당헌·당규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문수·지도부, 갈등 치닫다 봉합 시도
이 총장은 김 후보가 쥔 당무 우선권의 피해자 격이다. 김 후보 측은 전당대회 당일 저녁, 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사무총장에 장동혁 의원을 앉히겠다”고 통보했다. 장 의원은 경선 때 김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냈다. 김 후보가 장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밀어붙인 직후부터 당에선 “김 후보가 단일화 대신 딴마음을 먹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날 오전 장 의원이 내정된 지 만 사흘이 안 돼 스스로 “사무총장을 안 맡는 게 좋겠다”면서 기류가 확 변했다. 장 의원은 사무총장 자리를 고사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 캠프와 별다른 상의를 안 했고, 캠프 내부 회의에 참가해선 “단일화가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직후부터 김 후보 측의 반발이 거칠어졌다. 김 후보 측은 “후보가 수차례에 걸쳐 사무총장 임명을 요청했는데, 지도부가 이행하지 않아 임명이 불발된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反)이재명 전선 구축에는 한 전 총리,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 등을 포괄한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단일화 대상으로 삼을 경우 11일 후보 등록 마감 전 단일화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단일화에 소극적인 모습이 뚜렷해지면서 김 후보 측의 고립 상태가 짙어졌다. 단일화 협상을 지켜보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한기호 의원은 5일 오전 일부 4선 중진의원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와 한 후보가 원팀이 돼 11일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단일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덕수 출마론’을 주도하며 김 후보 캠프의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은 박수영 의원도 “빨리 단일화하고 이재명을 잡으러 가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한 후보와 단일화를 전제로 김 후보를 도왔던 일부 의원도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분열은 필패다” “사심으로 딴짓을 하면 결단할 것” “죽느냐 사느냐의 순간”이라며 김 후보를 성토하는 글을 쏟아내며 긴급의원총회를 열자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시작된 의총은 김 후보에 대한 성토장이라기보단 조바심을 드러내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양수 총장이 “9일까지 단일화를 마치도록 당론을 정하자”고 제안했으나, 다수가 “지금 당론으로 압박해 봤자 감정만 더 상한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를 만나려 당 지도부가 김 후보 캠프로 향했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이 자리에서도 김 후보는 구체적인 단일화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기분 좋게 승리 만끽할 여유도 없이 단일화를 압박하니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측의 만남 이후 김 후보 측은 “후보의 당무 우선권은 존중돼야 한다. 중앙선대위, 선거대책본부, 후보가 지명한 당직자 임명을 즉시 완료해야 한다. 그래야 후보 단일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당은 심야 비대위를 열고 선대위 출범 등을 의결했다. 사무총장 교체 여부에 대해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른 시간 안에 후보 측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교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당내 혼란상을 두고 “후보에 선출되면 김 후보가 순순히 단일화에 응할 것으로 확신한 당 지도부의 판단이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니냐”(관련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지적도 있다. 이 관계자는 “김 후보의 경우 자기 의견이 분명하고 고집이 강한 스타일의 정치인임에도 당 지도부가 ‘착한 김문수’만 머릿속에 그리고 치밀한 준비 없이 밀어붙인 것 같다”고 했다.
한, 손학규 만남 이어 오늘 이낙연 회동
교착상태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일단 ‘마이 웨이’를 걷고 있다. 김 후보와 한 후보 모두 이날 오후 각각 대선 공보물용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김 후보는 6일부터 1박 2일간 영남에 머물며 유세한다. 한 후보는 5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했고, 6일엔 이낙연 전 총리와 오찬을 할 계획이다.
김규태.이창훈.성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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