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관계개선 주도' 파롤린, 교황 선출 걸림돌 되나
2018년 교황청·중국 주교 임명권 협정 비판받아
2018년 교황청·중국 주교 임명권 협정 비판받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가 교황청과 중국의 오랜 난제였던 주교 임명권 협정을 추진한 설계자였다는 점이 교황 선출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은 교황청 2인자인 국무원장으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10년 넘게 보좌한 '오른팔'이었다.
그러나 파롤린 추기경이 바티칸에서 세운 대표적인 업적인 2018년 교황청·중국 간 주교 임명권 협정이 그의 앞날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짚었다.
중국 내 가톨릭신자는 600만∼1천2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오랫동안 바티칸에 충성하는 지하 교회와 중국 당국이 인정하는 공식 교회로 분열됐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중국과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양측은 2018년 9월 주요 갈등 요인이었던 주교 임명권 문제를 합의하고 잠정 협정을 맺었으며 이후 이를 수차례 연장했다.
이 협정으로 중국 내 주교 임명에 중국은 공식적인 발언권을 갖게 됐지만 이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이어졌다.
2018년 협정 당시 교황청이 중국에 가톨릭을 팔아넘겼다고 강하게 비판한 홍콩 대주교 출신 조지프 쩐(陳日君) 추기경이 대표적이다.
가톨릭 뉴스 웹사이트 크럭스의 존 앨런 주니어 편집자는 "중국 가톨릭 여러 세대가 가톨릭교회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를 거부하며 순교하고 박해받았다"며 "일부는 (교황청과 중국의) 거래를 본인이 받은 고통에 대한 배신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온건한 성향으로 평가되는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의 베테랑 외교관으로, 베트남, 북한, 이스라엘, 중국과 같이 바티칸과 관계가 껄끄러운 국가와 관계를 주로 다뤘다.
권위주의 정권을 소외시키지 않고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미묘한 기술'을 구사해온 더 윗세대 외교관들의 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2009년 베네수엘라 주재 교황청 대사를 맡았고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에 국무원장이 되면서 교황청과 중국과 관계 개선을 주도했다.
바티칸 역사학자 아고스티노 지오바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인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0세에 이어 중국과 분열 해소에 나선 것이라면서 "파롤린 추기경은 그들(교황)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 신자와 공동체는 분열을 겪고 있었다"며 "이제는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고 의례를 공유한다. 이 협정은 두 가지 악 중에 덜 악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파롤린 추기경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홍콩중문대 천주교연구소의 루시아 청은 "이 협정으로 교황청이 덫에 빠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은 직위에 필요한 덕목이나 교회의 뜻은 존중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주교를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과 중국 관계 전문가인 프란체스코 시시도 중국이 임명 절차를 질질 끌면서 많은 교구에서 합의된 주교를 임명하지 않았다면서 "투자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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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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