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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에 마약 넣는다" 황당별점…사장님 울리는 '혐중론 테러'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양꼬치 거리. 지난달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 한 청년단체는 이곳에서 ″짱X″, ″중국으로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혐중 시위를 벌였다. 김성진 기자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마라탕 음식점을 운영하는 중국 국적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온라인 포털사이트 리뷰란에서 ‘천안문을 탱크로 밀어버리겠다’ 등의 이유로 낮은 별점 평가가 잇따라 달린 것이다. 천안문은 일부 누리꾼이 중국 정치의 획일성 등을 조롱하는 데 사용하는 혐중(嫌中·중국 혐오) 소재다.

5일 A씨 식당 온라인 리뷰란을 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100개 넘는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리뷰 작성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짱X(중국인 혐오 표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등의 댓글을 달며 A씨 식당에 이른바 ‘별점 테러’를 가했다. 이런 리뷰 중엔 식당의 음식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일부 리뷰는 A씨 식당에 대해 ‘음식에 마약을 넣는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는 등 명확한 근거가 없는 비방이었다.

A씨뿐만이 아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및 영등포구 대림동 등에 있는 여러 음식점에서도 점주가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별점 테러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가리봉동 소재 한 식당은 ‘조선족에게 해코지당하기 좋은 곳’이라는 리뷰가 달리기도 했다. 양꼬치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 지린(吉林) 성 출신 김모(48)씨는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서 세금도 꼬박꼬박 잘 내고 있다”며 “손님 대다수가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인데, 왜 멀쩡히 장사하는 사람들을 방해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지난 3월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탄핵 반대 측 시위대가 붙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당시 탄핵 반대 시위에선 중국이 부정 선거에 개입하고, 중국인이 국내서 특혜를 받고 있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탄핵 반대 측에서 제기한 혐중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한 달이 흘렀지만 애꿎은 자영업자들이 혐중 정서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혐중 정서도 자연스레 사그라들 것이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극우 성향 대학생 단체는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 거리’에서 혐중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윤 어게인(yoon again)” 구호와 함께 “짱X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사라져라”라는 등 노골적인 혐중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일부 중국인 국적 상인과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혐중 정서가 온라인상에서의 별점 테러 등 또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단 게 중국 국적 상인들의 우려다. 가리봉동에서 마라탕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일부 손님들이 ‘중국인을 내쫓아야 한다’며 가게 안에서 소란을 벌이거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낮은 별점을 찍는 좌표 찍기가 연신 일어나고 있다”며 “막상 상인들은 한국 정치 상황에 그다지 관심도 없는데,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우익세력이 2018년 도쿄 도심에서 혐한(嫌韓) 시위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혐중 정서는 일본의 극우 세력이 부추기는 혐한론(嫌韓論)처럼 극단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에선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도쿄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에서 집회를 잇따라 열고 혐한 목소리를 냈다.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에 따르면 혐한 시위 등의 이유로 신오쿠보 역 일대 한국 관련 점포가 2016년엔 2012년 대비 36% 감소하기도 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일본이나 미국에서 한국 사람이 당했던 차별과 혐오를 우리의 후세가 되풀이한다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행위로 외교 차원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최근의 혐중 정서는 사회에 직접적인 해악을 끼치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 됐다”며 “혐중이 국내 다수의 정서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관련 캠페인 등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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