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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록 6만쪽 다 봤나" 논란에…법조계 "3심 몰이해 공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36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10명의 사건기록 열람 로그 기록을 공개하라”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6만쪽이 넘는 사건 기록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졸속 재판을 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사법정보공개포털에는 5일 현재 대법관들의 사건 열람 기록이 담긴 ‘로그 내역’을 공개하라는 게시글이 2만8000여건 접수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대법관들이 사건기록을 1쪽부터 모두 읽어야 한다는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대한 몰이해에 따른 것”(재판연구관 출신 부장판사)”이란 반박이 나왔다. 3심은 “원심 판단이 적법한지를 판단하는 법률심”임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정치 공세란 취지다.



“상고심은 판단범위 제한…1쪽부터 심리 시작하지 않아”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제138차 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대법원 청사 건물을 향해 '조희대 대법원 박살내자'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 3심 제도는 1·2심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심판하는 사실심으로 하고, 3심은 원심의 법률 적용이 틀리지 않았는지 등을 보는 법률심으로 역할을 한정한다. 형사소송법 383조는 상고이유를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를 원칙으로 한다. 그외 형의 폐지·변경, 재심사유 등 예외적 경우만 허용한다. 또 같은 법 384조는 심판 범위를 ‘상고이유서’에 포함된 사유로 한정하고 있다. 이 후보 사건에서 검찰의 상고이유를 판단한 근거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부장판사는 “대법원은 예를 들어 ‘A가 어떤 행동을 했는가, 안 했는가’가 아니라, 이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며 “진술 등 기록을 전부 읽는 것과는 상관없는 과정이고, 핵심적인 기록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심리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도 “상고심은 상고이유 중심으로 판단하는 법률심으로, 기록을 1쪽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대법원이 사실심의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상고 이유와 관련해선 해당 기록을 충실히 파악하고 결론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101명 재판연구관이 사건별 쟁점 등 검토보고서 정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대법원은 수많은 사건을 쟁점 위주로 신속하게 심리하기 위해 법관 출신의 재판연구관을 둔다.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대법관 1인당 본안사건 처리 건수는 3305.2건으로 2심을 고법판사(98.9건)의 약 33배로 많기 때문에 재판연구관이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바탕으로 심리한다. 이를 위해 대법원에서는 지난 1월 기준 법관 출신 수석·선임 재판연구관 각 1명, 재판연구관 99명을 둔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2016년 논문 ‘대법원 상고사건 처리의 실제 모습과 문제점’에서 “주심 대법관은 신건 검토보고서를 읽어보고 간략하게 보충할 사항이 있거나 의문이 있는 경우에는 검토 연구관을 불러 보충을 지시하거나 의문을 해결한 뒤, 보고서를 기초로 사건의 처리방향을 결정한다”고 썼다.

또 다른 재판연구관 출신 부장판사는 “3심제라고 하면 똑같은 재판을 3번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재판연구관들이 쟁점 중심으로 증거를 별지 첨부해 보내면 대법관들은 주요 증거를 검토하는 게 원형적인 상고심 심리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 재판연구관 보고를 ‘패싱’한 것 아니냐고 주장한 것과 관련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3일 법사위에서 “3월 26일 2심 선고가 있었고 다음날 27일 검사가 상고장을 제출해 하루 이틀 뒤 관리재판부에 가배당이 됐다”며 “사건 접수부터 선고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美 연방대법원도 로클럭이 사건연구보고서 작성

미국 연방대법원 외경. EPA=연합뉴스

각국의 최고심은 대법관이 ‘직접 기록 검토’를 하지 않는 게 오랜 추세다. 미국 연방대법원 역시 대법관 1인당 4명까지 고용할 수 있는 ‘로클럭’(law clerk)들이 사건 쟁점을 검토한 뒤 연구보고서(bench memo)를 작성해 대법관의 결정을 돕는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상고허가제를 채택해 중요한 사건만 선별해 재판한다. 각 대법관 소속 연구관이 사건별 상고 자격을 검토한 뒤 공유용 보고서(pool memo)를 만들어 나머지 8명 대법관들에 돌린다. 전체 9명의 대법관 중 4명의 동의하면 상고를 허가한다.

스티븐 브라이어 전 연방대법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연구관들의 보고서를 전부 살펴본 뒤 불명확한 점에 대해 보충을 요청한다”며 “저는 토론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후 보고서에 대해서 연구관들과 다시 논의한 뒤에 관점을 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역시 미국식 로클럭 제도를 모델로 1997년 재판연구원 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 민·형사 최고법원인 파기원도 법학 박사학위 이상 소지자를 재판연구원으로 배치해 쟁점 정리 등을 맡긴다.



민주당 “15일 기일 연기 않으면 모든 권한 동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참가자들이 5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광장대선정치연대 비상시국선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은 대법원을 향한 공세와 더불어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예정된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의 변경도 요구했다. “12일까지 연기하지 않으면 입법부에 국민이 부여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 사법 쿠데타 진행을 막겠다(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면서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해 3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에서도 4·10 총선을 이유로 공판기일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선거일정을 고려해 기일을 조정하면 특혜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불출석하면 구인장을 발부하겠다”며 출석을 요구하자 결국 이 후보는 총선 전날 재판에 나왔다. 그외에 코로나19 확진, 단식 농성 등을 이유로 낸 공판기일 변경 요구는 재판부가 받아들여 기일을 조정한 적도 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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