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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자 중에 가장 성공한 로버츠 감독이 칭찬하는 ‘대주자 김혜성’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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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벌써 20년이 넘었다. 2004년의 얘기다. 아마 MLB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 4차전이다. 곧 9회 말이 시작된다. 양키스가 4-3으로 앞선 상태다. 아웃 3개만 보태면 된다. 4연승 끝이다.

이미 청부업자가 고용됐다. 마리아노 리베라가 8회부터 작업 중이다.

그런데 9회는 좀 다르다. 첫 타자에서 삐끗한다. 케빈 밀러에게 볼넷을 허용한다. 드디어 꼬투리가 생겼다. 레드삭스가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열흘이 넘을 것 같다. 도대체 게임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그날도 비슷했다. 초반에는 덕아웃에서 시간을 보냈다. 5회가 넘어서며 클럽하우스도 옮겼다. 그래도 뭔가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기 중이던 데이브 로버츠(당시 32세)의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양키스 불펜 투수들의 영상을 꼼꼼히 살펴봤다. 스트레칭도 하고, 덕아웃을 오가면서 호시탐탐 하고 있었다. 케빈(밀러)의 카운트가 3-1이 될 때 이미 헬멧을 썼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볼넷이다.

“순간적으로 테리(프랑코나 감독)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윙크를 보내더라. 하긴. 거기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그게 의사 전달의 전부였다.”

타임이 걸린다. ‘대주자’가 1루로 달려 나간다.

“Mo(마리아노 리베라의 별명)가 연달아 3개의 견제구를 던지더라. 조심하려는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큰 도움이 됐다. 말하지 않았나, 무려 10일 만의 출전이었다. 첫 번째 견제에 긴장이 조금 풀어졌다. 두 번째에는 다리가 돌아오더라. 그리고 세 번째에는 8이닝을 다 뛴 것 같은 기분이 됐다.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더 스틸  mlb.com 캡처

더 스틸 mlb.com 캡처


타자(빌 뮬러)에게 초구가 향한다. 동시에 스타트가 이뤄졌다.

“(양키스) 호르헤 포사다의 팝 타임이 1.7초였다. 가장 빠른 송구를 하는 포수였다. 그만큼 2루에서 위험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됐다.”

2루심은 악명 높은 조 웨스트다. 양 팔을 벌려 OK 신호를 보내준다.

“나중에 칭찬을 해 드렸다. ‘(심판의) 위치가 정말 예술이었어요.’ 그랬더니 ‘그렇지? 제대로 잘 보이더라구. 말해줘서 고마워’라고 하더라.”

무사 2루가 됐다. 여기서 뮬러가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딱 하는 순간이다. 뒤도 안 보고 3루로 달렸다. 타구는 자칫 투수에게 잡힐 뻔했다. 만약 그랬다면 난 중간(2루~3루)에 걸렸을 것이다. 다행히 공이 내야를 빠져나갔다. 넉넉히 홈에 살아 돌아왔다.”

4-4로 동점이 됐다. 빨간 양말이 기사회생한 것이다. 연장 끝에 4차전을 잡았다. 이어 5차전부터 7차전까지 휩쓸었다. 3연패 후 4연승. 이른바 리버스 스윕이 이뤄졌다.

결국 레드삭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거기서 좀비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마저 물리쳤다. 밤비노의 저주를 벗어났다. 86년 만의 우승을 이뤘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했다. 대주자 데이브 로버츠의 2루 도루 성공이다. ‘The Steal’이라고 불리는 사건이었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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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것 역시 준비된 일이었다. 31세의 GM(단장) 테오 엡스타인의 명석한 아이디어였다. ‘포스트시즌에는 쓸만한 대주자가 필요하다.’ 그런 생각에 캐스팅에 들어갔다. 덕분에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박사(DR, 데이브 로버츠)를 다저스에서 데려갈 수 있었다.

당시 로버츠를 엡스타인에게 추천한 인물이 있다. 잭 스캇이라는 인턴이었다. 훗날 레드삭스의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이후 뉴욕 메츠로 옮겨 단장 대행에 임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음주 운전 사건으로 해임됐다.

아무튼.

‘The Steal’로 로버츠의 주가는 한껏 치솟았다. 현역을 마친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결국 명문 다저스의 감독으로 부임해, ‘명장’이라는 평가도 받게 됐다. 아마 대주자 출신으로는 가장 성공한 이력일 것 같다.

그가 최근 대주자 한 명을 주목한다. 바로 김혜성이다. 특히 어제(한국시간 5일) 주루 플레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치하기 어려운 짧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상대의 빈틈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후속 타자의 실패로)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3루까지 간 것은 멋진 플레이였다.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라는 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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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ail protected]


백종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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