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의 테아트룸 문디] 사람에게는 두 발이 있다

제네바 협정에 따르면 본국 송환이 원칙이란다. 그러나 인권 탄압의 위험이 있을 경우엔 정치적 망명 등 다른 선택지도 가능해서 정부는 여전히 그들의 귀환을 위해 노력 중이다.
“나무는 뿌리가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사람에게는 두 발이 있다.”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 ‘디 아더 사이드(The Other Side)’에 나오는 대사다.
칠레의 피노체트 군부를 피해 디아스포라 작가로 살아야 했던 도르프만은 역사적 과정이 험난한 우리나라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의 희곡 ‘디 아더 사이드’는 남북이 대치 상태인 한반도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으로 서울과 동경에서도 공연했었다.(연출 손진책)
![‘디 아더 사이드’ 공연 장면. [중앙포토]](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7/f2817642-04f7-44b0-adff-5b2b9f951891.jpg)
그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부부는 젊은 군인이 아들 같아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나 결국 아들인지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다시 전쟁이 시작되고 젊은 군인은 폭격에 맞아 죽는다는 내용이다.
광복 80주년, 뒤집으면 분단 80주년이다. 남북으로 싸우는 것도 성에 안 차는지 이제는 국내 정치도 내전 상태다. 이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오갈 데 없는 젊은 북한군 포로를 비롯하여,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우리는 대립의 증오에 뿌리내린 나무가 아니다. 그 상태에서 벗어날 두 발을 가지고 있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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