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현의 글로벌 이슈 진단] 무릎 꿇지 않겠다는 중국, 쉽게 타협 않는 동맹…미국의 딜레마

중국 외교부는 최근 공식 SNS 계정에 ‘중국불궤’(中國不跪·China won’t kneel down)라는 제목의 2분 15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1985년 일본이 미국과 ‘플라자 합의’를 맺은 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침체에 빠진 점과 2015년 알스톰사의 전력사업 매각을 통해 미국이 프랑스 기간산업을 강제 해체한 사례를 언급한 뒤, 타협하고 무릎을 꿇는 것은 더 큰 괴롭힘을 불러온다는 걸 걸 역사가 증명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글로벌 무역 규모는 전 세계의 약 2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나라가 당당히 일어설 때 세계는 헤게모니의 벽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1기 때와는 다른 양상
왕이 “불량배는 물러서면 더 요구”
미 동맹국, 반트럼프 움직임 분출
캠벨 “미, 동맹에 등 돌리면 패배”
왕이 “불량배는 물러서면 더 요구”
미 동맹국, 반트럼프 움직임 분출
캠벨 “미, 동맹에 등 돌리면 패배”
룰라 “중국 반격은 탄복할 일”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 개최국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오른쪽)은 지난달 3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강력한 연대 의사를 밝혔다. [신화=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7/12a693d5-ba93-4194-b56a-21321a72a5c4.jpg)
이에 대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왕 부장을 만나 “중국이 상호관세에 반격하는 것은 탄복할 일이며 개별 국가(미국)의 무책임한 일방적인 행동은 공동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호응했다. 오는 7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부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회원국들이 ‘달러 패권 도전’을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로 삼으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내세운 중국의 연대 외교 움직임은 비단 브릭스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과 일본에까지 접근하고 있다. 4월 22일 왕 부장은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과 영국은 2차 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와 유엔 중심 국제체제, 다자간 무역체제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교도통신은 리창 국무원 총리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보도하면서 미국의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대항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미 국채 매각 카드 만지작
![최근 미·일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 국채 매각 카드까지 꺼내든 가토 가쓰노무 일본 재무상. [로이터=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7/d56da823-d28e-41dd-96d4-d8062bcc72ea.jpg)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일본은 미국 국채 매각이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언급했다가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가토 가쓰노무 재무상은 미 국채 매각을 행동으로 옮길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면서도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테이블 위에 두고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가 이틀 후인 4일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 듯 번복했다.
미 국채 세계 1위 보유국인 일본(3월 말 기준 1조2727억 달러)이 매도에 나서면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국채 금리를 낮춰 정부 이자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 직후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급히 90일간 유예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일본 재무당국자들은 실제로 미 국채를 매각하면 자국 경제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지만, 위협만으로도 미 국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논평했다.
호주·캐나다, 반트럼프 후보 집권
또 다른 동맹국 호주와 캐나다에선 친트럼프 성향을 보여온 야당을 민심이 외면했다. 지난 3일 호주 총선에서 중도좌파 집권당인 노동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에 힘입어 재집권에 성공했다. 5일 전 캐나다에서 일어난 일과 판박이였다.
노동당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보수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에 지지율이 뒤처졌으나 불과 두 달 여 만에 뒤집기에 성공했다. 심지어 캐나다 총선에선 차기 총리를 바라보던 보수당 피에르 포일리에브 대표가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그간의 행보 탓에 20년간 지켜온 자신의 지역구에서 패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결과를 두고 “캐나다의 선택은 트럼프에 대한 일종의 반대투표”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반트럼프 효과는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도 나오고 있다. 2020년 2월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은 오는 19일 영국 EU·정상회담에서 새 방위협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총선에서 노동당 키어 스타머 총리는 EU와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브렉시트 리셋(Brexit Reset)’ 공약을 내걸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러시아 및 탈유럽 행보가 영국의 친EU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워싱턴이 동맹에 등 돌리는 사이 중국은 스스로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동맹을 해체하면서 서반구로 후퇴한다면 자신을 약화시켜 결국 다음 세기의 경쟁에서 중국에 패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세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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