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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김문수의 선택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운이 인간사에서 얼마나 큰 요소일 수 있는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만 봐도 알 수 있다. 몇 달 전엔 자신도 '대선후보'라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2010년엔 달랐다. 그저 "그해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재선에 성공했다"고들 말하는데 쉽지 않은 구도였다. 광우병 파동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까지 겹치면서 야당(민주당)이 전열을 재정비했고 대표선수(유시민)를 내보냈다. 민주당·민주노동당과 단일화했고, 종국엔 진보신당의 심상정 후보마저 사퇴했다. 유시민은 “선거 역사상 야권 단일화를 가장 완벽하게 이뤄낸 인물”(김진)이었다.

대부분 김 후보의 박빙 열세를 예상했는데 그는 안정적으로 승리했다(52.2%). 투표 종료 후 14시간25분 만에야 0.6%포인트 차로 이긴 오세훈 서울시장과 대비됐다.
단일화 내걸고 대선 후보로 당선
독자완주 시 유의미한 견제 되겠나
당 웰빙 깨던 15년 전 기억 살려야

그 무렵 청와대 고위직이 이런 말을 했다. “가치와 소신의 정치를 펴면서 발을 현장에 붙이고 있는 김문수 모델을 배울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웰빙 체질이 하루이틀 된 문제는 아닌데 김문수가 깨는 걸 보여줬다."

실제 그랬다. 법치·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도 택시운전을 했다. 그해 9월인가 만났는데, 20개월 동안 19차례 2428㎞를 운전했다고 했다. 그는 “택시운전대를 잡으면 교통신호 하나까지, 가드레일·건널목·과속방지턱 이런 게 다 손으로 느껴지고 눈에 들어온다. 일반 시민도 승객이 돼 만나면 대화가 조금 더 심도 있고 잘 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압박에 반발하며 후보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김 후보 양 옆으로는 엄태영, 김대식 의원. 연합뉴스

그가 2012년 대선 경선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박근혜란 강자에 막혔지만 말이다. 다만 그의 한계 또한 드러났다. 그는 시야가 넓은 정치인은 아니었다. 한번 꽂히면 내달리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요즘도 논란이 되는 '극우' 발언이 한 예다. 한때 '아스팔트 우파'까지 가기도 했다.

오랫동안 그를 외면했던 '포르투나(운)'가 이번에 그의 손을 잡았다. 108석 정당의 대선후보가 됐다. 15년 전만큼 대비가 됐을까. 의문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그가 자력으로만 된 건 아니다. '김덕수' '을지문덕'에서 드러나듯, 사실상 2인3각을 했다. 엄청난 단일화 압박을 받는 이유일 터다. 한 의원이 6일 "진실한 분이라 단일화를 바로 하실 분이니 도와달라고 부탁드려 많은 의원이 김 후보를 지지했는데, 적어도 어제까지는 제 판단이 틀린 상태"라고 사과한 일까지 있다.

김 후보로선 서운할 법하지만, 상황 자체는 녹록지 않다. 절대권력은 종국에 절대 부패한다는데, 이재명·민주당 정권이 건국 이래 가장 절대권력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까지 통제할 수 있는데, 통제하려는 의지마저 보인다. 특정인이 재판(또는 처벌)받지 않는 법을 만들려 하고, 31건의 탄핵안에 이어 대법원장 탄핵까지 벼르고 있다. 대법관을 늘려 대법원 구성도 바꾸려 한다. 그간 행태를 보면 엄포만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에 이어 대법원까지 진영화하면, 모든 권력이 대통령과 소속 정당에 가는 '삼권귀일(三權歸一)'(강원택)이 될 수 있다. 남미·동유럽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지는 일이다.

우리 민주주의를 위해선 어느 정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게 좋다. 한동안 민주당의 법원 공격과 거리를 두던 이재명 후보가 직접 나선 게 후보 단일화의 불협화음이 커진 후란 게 그저 우연이겠나.

결국 김 후보가 고뇌해야 한다. 지금대론 이길 수 없다. 단일화한다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단일화에서 김 후보가 당연히 이기는 것도 아니다. 이기면 강고한 후보가 될 테고, 지더라도 신의를 지킨 게 된다. 단일화를 늦추거나 안 한다면? 15년 전 그는 웰빙을 깼다. 이번엔 어떻게 할까.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JP의 말이 도움되었으면 한다. "정치는 단념할 건 단념하는 기술이다. 해서 안 되는 건 깨끗이 단념해야 한다. 그런 뒤에 일의 완급과 선후, 우선순위를 가려 순리에 맞게 다스려가는 것이다."



고정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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