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화약고’ 카슈미르…인도·파키스탄 ‘78년 갈등’ 뇌관
7일(현지시간) 벌어진 인도·파키스탄 미사일 무력 충돌의 중심엔 카슈미르가 있다. 두 나라는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 후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갈등해 왔다. 양국이 지난 78년간 전쟁이란 극단적 수단으로 적대적 관계를 폭발시킬 때마다 카슈미르가 뇌관이 됐다. 이곳에 ‘남아시아의 화약고’란 오명이 붙은 이유다.
인도 북부, 파키스탄 북동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카슈미르는 면적이 22만㎢로 한반도와 비슷하다. 47년 당시 토후국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주민의 70% 이상인 무슬림은 파키스탄 편입을 요구했지만, 20%가량의 힌두계 지배 세력은 독립 유지 또는 인도 편입을 원했다. 카슈미르 군주 마하라자 하리 싱은 당초 독립을 주장하다 파키스탄 지지 민병대가 침입하자 카슈미르의 인도 편입을 조건으로 인도군 파병을 허용했다. 이에 인도와 파키스탄은 2년간 전쟁을 치렀다.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다.
49년 유엔 중재로 카슈미르 북서부는 파키스탄이, 중부와 남부는 인도가 통치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양국은 65년에도 카슈미르 문제로 2차 전쟁을 벌였다. 71년엔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 독립과 관련해 3차 전쟁을 치렀다. 이듬해 두 나라는 유엔이 49년에 정한 휴전선을 사실상의 카슈미르 내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으로 정하는 심라 협정을 맺으며 휴전에 들어간다. 이후 국경 부근에서 양국이 직접 무력 충돌하는 일은 현저하게 줄었다.
그럼에도 인도령 카슈미르에선 테러와 무장 투쟁 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약 700만명의 인구 중 70%가량을 차지하는 무슬림들은 인도에 속한 상황에 불만을 품고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과 합병하거나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분리 독립 등을 요구하는 극단주의 세력의 과격한 무장 투쟁과 테러 등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인도는 파키스탄이 인도령 카슈미르에 끊임없이 테러리스트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파키스탄은 테러 집단과의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이번 사태 이전에 양국이 벌인 가장 최근의 무력 충돌 역시 2019년 2월 인도령 카슈미르 풀와마 지역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테러가 발단이 됐다. 테러로 경찰 40여명이 숨지자 인도는 파키스탄 내 ‘테러리스트 캠프’를 전격 공습했고, 파키스탄도 인도 공군기 2대를 격추하면서 전면전 직전까지 갔었다.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 내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총기 테러로 26명이 숨진 사건 역시 인도는 배후에 파키스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에서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집권한 후 갈등이 더 심화된 측면도 있다. 2019년 8월 모디 정부는 카슈미르에 부여됐던 헌법상 특별지위를 전격 박탈했다. 인도령 카슈미르는 54년 발효된 헌법 370조에 근거해 외교·국방을 제외하고 폭넓은 자치가 가능했다. 원주민은 부동산 취득, 취업 관련 특혜 등도 받아왔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이를 박탈하고 카슈미르를 연방정부 직할지로 편입시켰다.
모디 정부는 직할지 편입이 인도 본토와 카슈미르의 통합, 카슈미르의 경제적 발전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 무슬림들은 모디 정부가 카슈미르에 힌두교도의 유입을 허용해 인구 구도를 변경하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카슈미르를 두고 벌인 두 나라의 오랜 갈등은 핵무기 개발 경쟁으로 이어졌다. 64년 중국의 핵실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인도는 74년과 98년 핵실험에 성공하며 핵무기를 확보한다. 인도의 움직임에 긴장한 파키스탄도 70년대 중반 이후 핵무기 개발을 시작해 98년 핵실험에 성공한다. 이후 두 나라는 비공인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갖게 됐다.
양국은 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경쟁적으로 개발해 실전배치하고 있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인도는 172기, 파키스탄은 17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인된 핵 보유 5개국(P5)인 러시아·미국·중국·프랑스·영국 다음으로 많다.
이승호.심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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