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부족하다” 5·18 헌혈행렬…『소년이 온다』 속 ‘적십자병원’ 308호였다
![1980년 5월 21일 5·18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 직후 “환자를 수술할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시민과 학생 등이 광주 적십자병원에서 헌혈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창성 전 중앙일보 기자]](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7/34812b20-3af7-4f51-b97d-fe8e7860c3a1.jpg)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한 대목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광주 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옛 전남도청과 600여m 거리에 있던 종합병원이다. 이곳에서는 계엄군에 의해 부상을 입은 시민들이 치료를 받고, 대규모 시민 헌혈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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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발적 헌혈의 시작, 5·18”

이번에 개방된 구간은 병원 응급실과 중앙현관, 1층 복도, 전면 주차장, 뒷마당 등이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오후 1시30분부터는 5·18기념재단의 ‘오월 해설사’가 상주해 관람객들에게 무료 해설을 제공한다.
광주시 동구 불로동에 있는 광주 적십자병원은 옛 전남도청, 전일빌딩 등과 함께 5·18을 상징하는 공간 중 한 곳이다. 병원은 2393㎡ 면적에 본관(지하 1층, 지상 4층), 별관(지상 2층), 영안실(지상 1층) 등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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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집단 발포”…고(故) 박금희 학생 등 헌혈

당시 기독병원에서는 헌혈을 마치고 귀가하던 고(故) 박금희 학생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혈액관리본부 등은 5·18 때 적십자병원 등에서 이뤄진 헌혈을 한국에서의 자발적인 헌혈이 이뤄진 시작점으로 본다.
5·18과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던 병원은 1996년 4월 서남학원재단으로 인수됐다. 이후 서남대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어 운영됐지만,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2014년 폐쇄됐다. 광주시는 5·18사적지 보존을 위해 2020년 7월 폐쇄된 병원을 매입해 보존·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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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헌혈, 308호 특정”…이창성 사진 근거
![1980년 5월 21일 5·18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 직후 “환자를 수술할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시민과 학생 등이 광주 적십자병원에서 헌혈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앙포토]](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7/5bd79714-3cdc-402e-ac71-40f90c5aedd5.jpg)
이번 전시에서는 5·18 당시 실제 헌혈이 진행됐던 공간을 45년 만에 처음으로 특정한 사진도 공개됐다. 전시 기획을 맡은 창작그룹 모이즈 측은 이창성 전 중앙일보 기자가 남긴 사진 기사를 토대로 병원 308호를 헌혈 공간으로 특정했다.
당시 흑백 사진에는 광주시민 십수명이 병원 내 비좁은 공간에서 헌혈을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현재 적십자병원은 308호를 비롯한 2~3층이 안전 및 보안 등 문제로 접근이 통제됐지만, 이 전 기자의 사진은 병원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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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모티브, 도보탐방 코스도

주요 경유지는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 전일빌딩245, 광주천변, 광주극장, 전남대, 국립5·18민주묘지 등이다. 광주 적십자병원은 ‘소년의 길’ 중 옛 전남도청과 광주천변을 잇는 구간이다. 광주시는 ‘소년의 길’과 연계한 ‘소년 버스’도 오는 16~30일 운영한다.
박용수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은 “소년의 길은 5·18과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광주의 역사와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도보길”이라며 “5·18 사적지와 연계한 광주 적십자병원 개방과 전시 등을 통해 국민의 공감과 참여를 끌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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