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흥행엔 ‘굿즈’가 필수…N회차 관람하는 ‘무비고어’의 등장

" ‘파과’는 원래 보려고 한 영화인데, 키링까지 준다니 예매를 안 할 이유가 없죠. "
지난 2일 오후, 씨네큐 신도림점에서 만난 이모씨(31·서울 구로구)는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최근엔 ‘진격의 거인 완결편 굿즈도 열심히 모으러 다녔다”며 “N차관람하기 좋은 영화들”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제주도에서 씨네큐까지 온 김모씨(27)는 ‘파과’의 팬이라고 소개하며 “매주 다르게 나오는 굿즈를 모으려 극장이벤트에 모두 참여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 씨네큐에서 제공되는 영화 속 강아지 ‘무용이 키링’은 “희소성이 높아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이씨와 김씨처럼 영화의 화제성을 지속해서 끌어올리는 ‘N차관람객’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 등 관람할 때마다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있는 장르에서만 볼 수 있었던 ‘N차관람’이 영화에도 생겨난 것이다. 업계에선 이런 관객들을 ‘영화를 계속 보러가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무비고어’(Moviegoer)라고도 부른다.
N차관람을 꾸준히 유도하는 것은 바로 ‘굿즈’다. 영화 관객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굿즈 코너가 따로 생겼고, 그 주의 굿즈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온다.
이소정 NEW 영화사업부 홍보마케팅팀 과장은 “굿즈가 흥행을 단독으로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관객의 재관람 의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된다”며 “이렇게 생긴 ‘N차관람객’이 영화의 자발적 대변인이자 홍보창구로 역할하고 있다”고 전했다.
멀티플렉스관 역시 굿즈의 영향력을 체감하고 있다. 서지명 CGV 홍보팀장은 “영화별 매진 속도는 상이하나 굿즈 제공 시, 굿즈 미증정관 대비 평균 객석율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류 굿즈는 영화만의 분위기를 담아 포스터와는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된다. 티켓 형태 굿즈는 온라인화되어 현재는 줄어든 실물 티켓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살려 만들어진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누적 관객 수 약 260만명(7일 기준)을 기록한 영화 ‘야당’은 극 중 상징적으로 쓰인 소품 라이터를 활용해 굿즈를 만들기도 했다. 5월 첫 주 ‘황금연휴’ 상영 기간에 맞게 황금 라이터 모양의 성냥을 메가박스 한정으로 제공한 것. 야당의 오리지널 티켓 역시 수사자료처럼 연출된 서류 파일에 포장 제작해 팬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 19 이후 영화 티켓값의 상승, OTT의 영향력 확장 등의 흐름과 함께 생겨났다. 굿즈가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에게 관람 후 여운을 남기는 일종의 콘텐트로서 기능 중인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굿즈를 잘 만들면 영화를 한 번만 보려던 관객이 N차 관람을 하거나, 전체 굿즈를 수집하려는 팬이 생기는 등 관람 동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류상헌 NEW 영화사업부 유통전략팀 팀장은 “외국 영화의 경우에는 최소 4주 정도까지 굿즈를 준비하고, 한국 영화는 2~3주 정도의 아이템을 준비했다가 흥행 추이에 따라서 조정한다”며 “굿즈 제공 시 좌석 판매율 상승의 흐름이 생기는데, 이를 근거로 극장 측과 상영관 확장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극장 방문이나 영화 관람 후 자신의 경험을 상기할 수 있고,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과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굿즈는 적합한 아이템”이라며 “관객에게만 무료로 제공하다보니, ‘돈 주고 살 수 없는 한정판’이란 희소성도 생겨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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