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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잃은 아버지 위해 만든 책" 출판사 대표 된 배우 박정민 인터뷰

7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국내 소설 부문에서 7위를 지키고 있는 김금희의 장편 『첫 여름, 완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이 종이책보다 먼저 나왔다. 기획 단계부터 오디오북 제작을 염두에 두고 대사의 ‘말맛’이 살아있는 반(半) 희곡 형태로 쓰였다. 신생 출판사 ‘무제’의 ‘듣는 소설’ 프로젝트다.
박정민 '무제' 대표. 사진 무제

경장편 분량의 책은 주인공 손열매가 돈을 갚지 않고 사라진 선배 고수미의 고향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오디오북은 고민시, 염정아, 최양락 등 배우들의 연기와 디테일한 효과음, OST 등이 어우러져 한 편의 영화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기획한 무제의 박정민(38) 대표를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배우이기도 한 박 대표는 “5년 전 시력을 잃은 아버지께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듣는 소설’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김금희 작가와의 협업은 어떻게 성사됐나.
A : 작가님께서 ‘무제’의 첫 책 『살리는 일』의 추천사 제안에 응해주신 것이 인연의 첫 단추였고 이듬해 ‘듣는 소설’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원고를 부탁드렸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흔쾌히 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김금희 첫 여름, 완주 표지.

Q : 유명 배우들이 오디오북 작업에 참여했다.
A : 원고를 두 번째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배우들이 있었다. 한 번도 뵌 적이 없던 최양락 선배님을 포함해 떠올렸던 그 모든 배우가 재능 기부를 해주었다.


Q : 동료 예술가들의 연대로 느껴지는 작업이다. 배우이기도 한 입장에서, 이 프로젝트가 어떤 의미였나.
A : 책을 그저 책으로만 두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일이다. 그것을 알아주는 아티스트들과 생각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 느꼈다. 작가의 글, 배우와 성우의 연기, 뮤지션의 음악이 한 권의 책으로 모이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Q : 실제 완성된 오디오북을 접한 시각장애인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A : 지난달 17일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북토크를 했다. 이미 작품을 두 번이나 듣고 오신 분도 있고, “늘 (오디오북을) 기다리는 입장이었는데 먼저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들었다. 이 일을 계속해도 되겠느냐고 여쭈었을 때는, 많은 분이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Q : ‘듣는 소설’처럼 일반 단행본보다 돈이 많이 드는 실험적인 기획이 지속 가능할까.
A : ‘듣는 소설’은 여러 가지 형태로 파생이 가능하다. 초단편 오디오북을 만들어볼 수도 있고, 뮤지컬북으로 확장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 고전 소설을 각색하거나, 신인 작가와 신인 배우의 협업도 가능하리라 기대했다. 기존의 책에 비해 품이 조금 더 들어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Q : 현실적인 매출 목표는.
A : 회사 운영의 목표는 단 하나다. ‘절대로 배우 박정민의 돈을 끌어다 쓰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해야 가능한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렇다.


Q : 배우 박정민과 출판사 대표 박정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렵진 않았나.
A : ‘무제’를 만든 지 4년 반쯤 됐지만, 그동안 배우와 출판인 사이에서 고민은 없었다. 배우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만『첫 여름, 완주』를 만들면서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영화를 만들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에는 열심히 했다고 믿었지만, 지금처럼 밤을 새워가며 집중했나 떠올려보면 늘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Q : 무제의 비전은.
A : 대표 포함 두 명인 직원 수를 다섯 명으로 늘리는 것. 자체적으로 편집, 디자인, 마케팅이 가능한 회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본업으로 돌아갔을 때 회사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다. 콘텐트는 앞으로도 나에게 재밌는 걸 만들게 될 것 같다. 읽는 것도 만드는 것도 재밌어야 하니까.



홍지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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