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혼인 증가세를 올해도 높게 유지하려면

혼인 건수가 이렇게 대폭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혼인 수요가 분출했거나, 팬데믹 이후 삶의 가치관 변화로 가족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매년 약 70만 명씩 태어난 ‘2차 에코붐 세대’(1991~1995)가 30~35세의 결혼 연령대로 진입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결혼·출산에 파격적 혜택 제공해
결혼연령 늦어지지 않게끔 유도
자동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필요
결혼연령 늦어지지 않게끔 유도
자동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필요

2023년보다 남녀 모두 30~34세의 결혼 건수가 지난해 각각 1만 7000여명과 1만 6000여명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초혼 연령을 보면 남성은 33.9세로 전년보다 0.1세 하락했지만, 여성은 31.6세로 0.1세 상승했다.
여성의 경우 평균 초혼 연령이 소폭 증가했지만, 25~29세 혼인 건수 증가는 남성보다 3000건 정도 많았다. 여성은 혼인율 증가 폭도 남성보다 높아 앞으로 출산율 증가에 고무적이다. 20대 여성은 30~40대보다 가임 능력이 높을 뿐 아니라 가임 기간이 길다. 생리적 가임 기간인 49세까지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생애 평균 출생아 수도 여러 명으로 늘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9월에 조사한 30대 미혼 여성의 결혼 의향이 6개월 만에 11.6% 증가했다. 30대 여성의 결혼 의향이 많이 늘어난 것은 비혼과 비출산을 외쳐온 급진 페미니즘의 쇠락에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각종 정부 지원 정책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또한 한국경제의 장기 저성장 현상이 고착하면서 결혼을 통한 경제적 안전망을 추구하고 경제적 위험을 배우자를 통해 분산하고 싶어 하는 개인들의 심리적 요인도 혼인 건수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실제로 불경기에는 결혼 지원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30대 여성의 결혼 의향 증가가 앞으로 지속해서 유지된다면 여성들은 자기에게 맞는 적당한 상대를 만나려고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미래의 결혼 건수도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결혼 건수의 증가와 함께 더욱 세심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은 결혼연령이 가급적 늦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에 대한 인식은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만들어 가는 삶의 한 과정이라기보다 성공의 척도로 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춘 완성형 결혼을 원함에 따라 결혼연령이 지속해서 상승하게 된다.
결혼연령이 앞당겨지기 위해서는 결혼과 가족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가능한 이른 결혼과 출산이 선호되도록 정부와 지자체 등이 각종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신혼부부 대상의 주택 특별공급이나 신생아 특례 대출, 임신과 출산 관련 진료비 지원 등도 20대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모처럼 늘어난 결혼 건수와 결혼 의향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혼 의향이 증가하는 조건을 보면 남녀가 다르다. 30대 미혼 여성의 경우 경력 단절이 없도록 ‘결혼 후에도 일에 열중할 수 있다면’이란 조건이 중요한데, 남성은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중시한다. 부모의 육아 휴직 자동 시행,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의 실질적 재정 지원, 유연근무제 실시 등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청년 일자리 마련과 결혼식 고비용 구조 혁파에 앞장서야 올해도 결혼 건수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양성평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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