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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 논설위원이 간다] 행정수도 세종으로 이전, 세 번째 시도는 이뤄질까

세종 의사당·대통령실 들어설 현장 가보니
주정완 논설위원
지난달 25일 오후 세종시 세종동의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 온실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니 도로 건너편 공사 현장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공사장 가림판에는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부지’란 큰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분원으로 세종의사당을 짓기로 한 곳이다. 공사장 내부에선 덤프트럭과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한 터 닦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직 건축물을 올리는 공사는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 공사를 진행 중인 모습이었다.

세종시 행정타운과 신도시 건설을 주관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국회 세종의사당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9월 국회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옮기는 건 헌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보조적 성격의 분원을 설치하는 건 괜찮다는 여야 합의가 있었다.

국회 세종의사당, 이미 공사 시작
터닦기 작업 중, 세부 설계 미정

총리 공관 옆 대통령실 입지 유력
원수산 아래쪽 빈땅이 예상 부지

“분원·2집무실은 위헌 소지 없어”
완전히 옮기려면 헌법 개정해야

법은 만들었지만, 진행 속도 더뎌
지난달 25일 세종시 세종동의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부지에서 덤프트럭 등을 동원해 터닦기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분원 성격으로 세종의사당을 짓기로 한 곳이다. [연합뉴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된 직후 박병석 국회의장은 “2002년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 논의한 이후 꼭 20년 만에 국회 세종의사당 시대의 첫발을 내디디게 됐다”고 평가했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국정과제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이후 국회 세종의사당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법을 만들었다고 사업이 저절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관련 예산도 마련하고, 하위 법령도 정비하고, 세부 계획도 세워야 한다. 예정부지(세종동 일원 63만1000㎡)는 일찌감치 확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디자인의 건물을 세워서 어떻게 배치할 것이냐는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국회 예산 심의에서 관련 예산을 단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해(2022년)도 있었다. 국회법에 따른 하위 법령(국회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을 만드는 절차도 늦어졌다. 이 규칙은 21대 국회 임기 말인 지난해 1월에야 시행에 들어갔다.

농사짓던 흔적만 남은 대통령실 부지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 예상 부지의 현재 모습. 예전 농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주정완 기자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부지 북서쪽에는 2012년 준공한 세종 총리 공관이 있다. 원래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은 2014년까지만 쓸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도 서울과 세종에 각각 총리 공관을 유지하고 있다. 세종 총리 공관의 북쪽으로는 해발 251m의 원수산이 자리 잡고 있다. 산 이름은 고려 충렬왕 때 금강 유역까지 침범한 합단적(원나라 반군)을 물리친 전투인 연기대첩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총리 공관의 남쪽에는 세종호수공원이 길게 펼쳐져 있다.

총리 공관 인근의 원수산 자락에는 ‘국가상징구역’에 속하면서 아무런 개발 행위도 없이 비워둔 땅이 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대통령 제2 집무실 부지로 예상되는 곳이다. 기자가 현장을 가보니 예전에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경운기가 다니는 농로는 오래 방치된 탓인지 곳곳이 파여 있었고, 쓰다 버린 폐비닐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네이버 지도에는 원수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표시가 있지만 실제로는 길이 끊어져 있었다.

올해 초 착공 계획은 이미 무산
세종 제2 집무실 건립 사업은 2022년 5월 여야 합의로 관련 법(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을 고치면서 시동을 걸었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통 공약이었다. 대통령실 완전 이전은 위헌 소지가 있지만 보조적 성격의 제2 집무실은 괜찮다는 것으로 국회 세종의사당과 같은 논리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2022년 8월에는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행복청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세종 제2 집무실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임기 개시 3개월 만이었다. 당시 발표에선 ‘2025년 초 공사 시작, 2027년 상반기 완공’이란 일정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 임기 5년 안에 최대한 공사를 끝내겠다는 뜻이었다.

그 이후 실질적인 진척은 별로 없었다. ‘올해 초 착공’이란 계획은 이미 무산됐다. 착공은커녕 아직 기본 설계 등 밑그림도 나오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착공, 2027년 하반기 완공’으로 계획을 수정했지만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당초 행복청은 올해 상반기에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 집무실 등을 포함해 국제 설계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대선후보들 “행정수도 완성” 공약
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두고 세종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다시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주요 대선후보들의 발언을 보면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이란 구호는 공통적이다. 다만 세부 내용에선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원래 계획대로 서울과 세종에 각각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을 두느냐, 헌법을 고쳐서라도 대통령실과 국회의 완전 이전을 추진하느냐가 문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19일 충청권 경선 연설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건립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헌법 개정과 국민적 합의라는 난관도 있겠지만, 대통령실과 국회 완전 이전도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일 세종시청을 찾아가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 없이는 세종의 발전도 없다”며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제2 집무실 세종 이전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 대통령실을) 주된 집무실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덕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개헌을 통해 세종시에 대통령실·입법부·사법부를 다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공식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7년 전 수도 이전 개헌안은 자동 폐기
만일 새 대통령이 세종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다면 역대 세 번째 시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시행정수도 구상은 1979년 10·26 사태로 전면 중단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공약은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좌절됐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란 점은 불문의 관습 헌법이므로 헌법 개정 절차가 없으면 수도 이전은 안 된다는 게 헌재의 결론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개헌을 추진하면서 수도 이전 조항을 담기도 했다. 2018년 5월 국회에 제출했던 헌법 개정안 3조2항에는 ‘대한민국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 개헌안은 국회에서 한 번도 정식으로 논의되지 않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새 정부 출범 후 다시 개헌을 추진하면서 수도 이전 조항을 넣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때 관건은 여론의 동향이다.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받지 못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과거 여론조사에선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보다 우세했다. 한국갤럽이 2020년 7월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세종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데 찬성은 42%, 반대는 49%였다. 지역별로 충청권에선 찬성이 57%였던 반면 서울에선 반대가 61%에 달했다.


박정희는 남침 대비, 노무현은 선거 전략…행정수도 이전 추진한 역대 정부 목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시행정수도 구상은 북한의 남침이 발생했을 때 방어 대책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었다. 김의원 전 건설부 국토계획국장의 회고에 따르면 1976년 여름 어느 날 박 대통령은 당시 김재규 건설부 장관과 김 국장 등 세 사람만 있는 자리에서 “수도를 옮겨야겠다”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이때 박 대통령은 입지 선정 기준으로 열 가지를 제시했는데 그중 첫 번째가 ‘휴전선에서 평양과 같은 거리이거나 약간 먼 곳’이었다. 서울은 군사분계선에서 가까워 전시에는 수도 방위와 민간인 대피에 불리한 조건이란 판단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1년 예산 총액이 4조원대였던 당시의 경제력으로는 5조5400억원대로 추산된 행정수도 건설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분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공약은 선거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의 회고록(『전라도 가시내』)에서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적었다. 2002년 9월 대선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이 전 실장이 신행정수도 건설을 포함한 연설문을 내밀자 노무현 후보는 “독재정권도 못해낸 일을 하겠다면 국민이 믿겠느냐”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이 전 실장은 “이 내용이 빠지면 충청권 유권자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줄 수도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후 신행정수도 공약은 노 후보가 대선에서 충청권의 표를 얻는 데 중대한 기여를 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정과제 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으로 대선에서 재미 좀 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주정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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