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식의 시시각각] FDR식 사법부 압박이 남긴 것

민주당, 대법관 증원 등 법원 압박
이 후보 파기환송심 결국 연기돼
삼권분립 원칙 훼손 선례 남긴 셈
이 후보 파기환송심 결국 연기돼
삼권분립 원칙 훼손 선례 남긴 셈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에 당선한 피고인에 대해 재직 기간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하는 내용의 재판중단법(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 후보를 모든 재판에서 자유롭게 하는 내용이다.
이번 사태는 88년 전 프랭클린 루스벨트(FDR) 미국 제32대 대통령의 대응과 닮은꼴이다. 민주당이 동원한 무기 하나하나가 사법부 입장에선 부담이 컸지만 그중 대법원이 수용하기 힘든 강력한 무기는 이른바 FDR식 ‘대법원 재구성 계획(court-packing plan)’이기 때문이다.
FDR은 1935~36년 대법원이 산업부흥법·농업조정법·최저임금법 등 자신의 뉴딜정책 핵심 법안들에 대해 잇따라 5대4 위헌 결정을 내리자 골머리를 앓았다. 노변정담으로 불린 라디오 연설에서 “의회·행정부·법원 3부 중 지금 두 마리 말은 한마음으로 달리는데 세 번째 말은 그러지 않고 있다”고 불평했다. ‘70세 이상 고령 대법관 한 명당 1명씩 대법관을 추가 임명’하는 내용의 사법절차 개혁 법안(1937)을 발의한 배경이다. FDR이 당시 기준 6명을 한꺼번에 임명할 수 있어 ‘2대7’ 공화당 우위이던 대법원을 ‘8대7’ 민주당 우위로 역전하려던 의도였다. 이에 대법원이 뉴딜 입법에 우호적으로 돌아서면서 대법관 증원 법안도 폐기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FDR의 대법원 재구성안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반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김용민 의원이 파기환송 선고 이튿날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안(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낸 것도 의도는 같았다. 증원 명분에 대법관 1인당 사건 처리 부담을 완화해 상고심 심리를 충실하게 한다는 점도 언급했지만 ‘사회적 다양성이 반영된 대법원 구성’을 명시했다. 같은 날 방송인 김어준씨가 유튜브 방송에서 “(유죄 다수의견에 선) 대법관 10명의 임기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정원을 늘려 10명과 반하는 대법관 33명 정도를 들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분명히 했다.
이재명 후보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부터 FDR을 자신의 대통령 롤 모델로 꼽은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2016년 12월 SNS에 “자수성가 후 노예해방의 새 역사를 연 링컨을 존경했지만 경제적 문제가 심각한 지금은 루스벨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복지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내고 50년 미국 호황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이유를 적었다. “굳이 미국 인물에 빗댄다면 (한국의) 루스벨트로 불리고 싶다”고도 했다. 그런 이 후보가 수많은 FDR의 위대한 업적은 제쳐놓고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FDR의 오점을 선례로 따른 건 여러 방향에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이 후보가 6·3 대선에 승리하면 입법권·행정권에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70세 정년퇴임하는 2년 뒤 사법부까지 장악할 것이란 전망에 법관들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앞으로도 미래 권력이 사법부를 길들여 대법관 증원이란 입법권과 탄핵 카드, 행정부 예산권까지 무기로 휘두를 수 있다. 당장 사법부가 입은 상처가 작지 않다. 그보다 민주주의 헌정질서의 주축인 삼권분립 훼손의 후과는 크고도 오래 지속될 것이다.
정효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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