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격' 혹사→삭제-패싱→생색, 손흥민도 당했던 인종차별-'우승' 김민재도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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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우충원 기자]분데스리가 정상에 오른 바이에른 뮌헨. 하지만 정작 이 팀을 묵묵히 떠받쳐온 김민재(29)는 조명에서 한 발짝 밀려나 있었다. 팀의 리그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그는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서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5일(한국시간)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지었다. 이날 2위 바이어 레버쿠젠이 프라이부르크 원정에서 2-2로 비기며 바이에른 뮌헨은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승점 76점으로 선두 자리를 굳혔다. 이로써 바이에른은 통산 34번째 리그 우승을 완성했다.
김민재에게도 이 우승은 특별하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무대에서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세리에A 정상에 섰던 그는 이번에는 독일 무대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며 유럽 빅리그 양대 리그 제패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수비수로서는 전례 없는 기록이다.
헌신도 남달랐다. 김민재는 올 시즌 컵대회 포함 총 43경기, 3593분을 소화하며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냈다. 리그 출전 시간만 놓고 봐도 2289분으로 키미히에 이어 팀 내 두 번째였다. 수비진이 줄줄이 이탈한 혼돈 속에서도 그는 흔들림 없이 버텨냈다. 작년 말 “벤치보다 부서지더라도 뛰겠다”고 말한 그의 각오는 현실이 됐다.
하지만 김민재의 헌신은 우승 세리머니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우승 영상의 대표 이미지에서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결장 기간이 길었던 우파메카노, 시즌 내내 조연에 머물렀던 고레츠카였다. 단체 컷을 단순 편집한 게 아닌, 선택적으로 제작된 이미지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려웠다.
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왜 주전 수비수가 빠졌느냐", "고의적인 누락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는 "인종적 요소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만큼 김민재의 배제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논란은 분데스리가 사무국으로까지 번졌다. 리그 사무국이 제작한 우승 기념 애니메이션 영상에서도 김민재는 등장하지 않았다. 영상 속 캐릭터 13명 중 그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없었다. 반면 시즌 내내 교체 멤버였던 에릭 다이어는 포함돼 있었다. 출전 시간만 비교해도 김민재가 압도적이지만, 결과물에서의 존재감은 정반대였다.
언론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독일 내 주요 매체인 '빌트', '키커' 등은 시즌 내내 김민재에게 낮은 평점을 반복적으로 부여했다. 한두 번의 실수는 부각된 반면, 수차례의 안정적인 경기력은 거의 조명되지 않았다. 같은 실수를 했던 동료들과 비교해도 김민재에 대한 잣대는 더 가혹했다.
문제는 구단의 대응이다. 논란이 커질 때까지 바이에른은 침묵했고, 설명도 없었다. 팬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진 뒤에야, 김민재가 포함된 새 섬네일로 기존 이미지를 교체했다. 하지만 이미 첫 인상은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팬들 사이에선 “뒷북 대응”, “본질은 여전히 그대로”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김민재는 언론 플레이보다 경기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유형의 선수다. 이번 시즌 그가 기록한 출전 시간은 이를 충분히 말해준다. 그러나 시즌을 마무리하는 지금, 돌아온 보상은 그에 걸맞지 않은 침묵과 무관심이었다.
이 장면은 손흥민의 과거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손흥민은 2022년 한 팬 행사에서 “독일에서 인종차별을 많이 겪었다. 월드컵 독일전 득점은 그 기억에 대한 복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민재 역시, 공공연히 말하진 않지만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시즌 연속 유럽 리그 정상에 선 김민재. 그 영광의 정점에서 그의 이름은 오히려 조용히 뒷줄로 밀려났다. 스포트라이트는 그를 향하지 않았고 진심으로 환영하는 환호도 없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분명히 기억돼야 할 현실이다. / [email protected]
우충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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